북한의 계순희(흰 도복)가 11일(한국시각) 세계유도선수권 여자 57㎏급 결승에서 이본 보에니쉬(독일)에게 화끈한 다리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카이로/AFP 연합
세계유도선수권 결승서 보에니쉬 38초만에 눌러
북한 여자유도 영웅 계순희(26)가 세계선수권대회 3회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계순희는 11일(한국시각)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2005 세계유도선수권대회 여자 57㎏급 결승에서 경기시작 38초만에 이본 보에니쉬(독일)를 주특기인 허벅다리걸기 한판승으로 뉘고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보에니쉬는 2003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맞붙어 이겼음에도, 정작 이듬해 아테네올림픽 결승에서 다시 만나서는 통한의 금메달을 내줘야 했던 ‘숙적’이라 그 기쁨은 더 컸다. 계순희는 2001년 뮌헨 세계선수권대회 때는 52㎏급에서 우승했고, 2003년 오사카와 이번 세계대회서는 한 체급 높은 57㎏에서 연이어 정상에 올랐다. 계순희는 17살이던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여자 48㎏급 결승에서 일본 여자유도의 ‘살아있는 전설’ 다무라 료코를 눕히고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린 뒤, 9년간 자그마치 3개의 체급을 거치면서 건재를 과시하며 진정한 영웅으로 부활했다. 계순희는 이날 경기 시작과 동시에 잡기싸움을 벌이다 번개처럼 보에니쉬의 허벅다리를 걸어 올리면서 어깨와 허리를 매트에 눌러 심판의 오른손이 번쩍 위로 향하게 했다. 북한의 ‘인민영웅’은 두팔을 들어 환호하기가 무섭게 넘치는 기쁨을 뜨거운 눈물로 쏟아냈다. 계순희는 “힘이 떨어질 때까지 뛰고 싶다”며 “내년 (카타르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 나가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해 ‘장기집권’의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여자 52㎏급에 출전한 북한의 안금애는 동메달을 따내 북한은 금 1개, 동 1개를 수확했다. 반면, 한국은 기대주 김재범(용인대)이 남자 73㎏급 2회전에서 탈락하는 등 이날까지 ‘노메달’의 부진을 이어갔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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