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 수지 주민센터에 마련된 스포츠클라이밍장은 높이 15m의 실외 인공암벽과 넓은 실내 인공암벽으로 주민들이 자주 찾고 있다. 입문 1년째 주부들이 12일 오전 스포츠클라이밍을 즐기고 있다.
스포츠클라이밍 동호인 확산
등반센터 1년새 100여곳 늘어
“허리통증 줄어들고 근육 발달”
체중관리 운동으로도 각광
등반센터 1년새 100여곳 늘어
“허리통증 줄어들고 근육 발달”
체중관리 운동으로도 각광
“언니, 오른쪽 위에 있는 홀더를 잡아. 다리도 더 뻗어.”
보조 생명줄을 잡고 있는 이정연(35)씨가 안타까운 듯 큰 목소리로 하늘을 보고 외친다. 줄이 머문 곳은 15m 높이의 인공 암장 끝부분. 스포츠클라이밍 입문 1년차인 고연정(39)씨가 암벽에 매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씨는 오른손을 힘껏 뻗어 보았지만 손끝은 허공을 휘젓는다. 고씨가 머뭇거리며 아래쪽을 보고 포기하려는 순간, 이씨가 다시 소리친다.
“언니, 왼쪽 아래에 있는 홀더를 딛고 몸의 중심을 오른쪽으로 옮겨봐.” 고씨가 어깨의 힘을 푼 뒤 몸의 중심을 오른쪽으로 옮기자, 홀더가 사정권에 들어온다. 이를 보던 이씨가 “거봐, 되잖아”라며 격려한다. 고씨가 꼭대기까지 올라가 “완료”라고 소리치자, 이씨는 팽팽하게 당기고 있던 생명줄을 풀기 시작한다. 온몸을 줄에 맡기고 지상으로 내려온 고씨는 “고마워, 동생” 하며 포옹한다. 12일 경기도 용인 수지 아르피아 스포츠클라이밍센터의 풍경이다.
주부인 고씨는 허리가 아파서 일상생활에 괴로움을 많이 겪었다. 목 디스크도 왔다. 4~5년간 여러 운동과 물리치료를 했으나 허리 통증은 가시지 않았다. 1년 전 스포츠클라이밍센터에 등록해 일주일에 두번씩 벽에 붙어 있는 홀더에 매달렸다. 처음엔 1m도 옆으로 이동하기 힘들었다. 두 팔의 힘은 곧 빠졌고, 바닥에 있는 매트에 풀썩 떨어지곤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매달린 시간과 이동 거리가 늘어났다. 두달 만에 허리 통증이 사라졌다. “허리뿐 아니라 목 통증도 씻은 듯 없어지더군요. 예쁘게 발달한 근육은 덤이고요. 호호호.”
고씨와 한조를 이루며 번갈아 인공 암장을 오른 이정연씨는 스포츠클라이밍 한달 만에 체지방이 없어지면서 잔근육이 발달해 놀랐다고 했다. 다이어트 효과를 본 것이다. 이씨는 “6개월 만에 5㎏이 줄어들었다. 성취감이 커 모든 일에 자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세계 여자랭킹 1위인 김자인(26·노스페이스) 같은 일부 엘리트 선수들의 전유물이었던 스포츠클라이밍이 일반인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대한산악연맹은 지난해까지 전국적으로 150여개의 실내외 암벽등반 센터가 있었으나, 올해 들어선 250여개로 늘었다고 말했다. 대구의 경우 지난해 10여개에서 1년 사이에 30개로 늘었다. 폭발적인 증가다.
이전까지 아웃도어 스포츠 업체에서 서비스 차원으로 실내 암장을 설치하곤 했으나, 수요가 늘어나며 지방자치단체와 대기업이 실내 암벽을 설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문을 연 수원 디지털시티에 3층 높이의 인공 암장을 설치했다.
스포츠클라이밍은 벽에 붙어 있는 홀더를 잡고 좌우로, 상하로 몸을 옮겨야 한다. 두 손과 두 팔로만 몸무게를 지탱하되, 움직이기 위해서는 ‘세 지점’을 확보해야 한다. 두 손과 한 발, 혹은 한 손과 두 발로 중심을 잡으며 이동할 때는 배를 벽에 ‘착’ 붙여야 한다. 두 팔에 힘을 주면 오래 버틸 수 없다. 손가락에 홀더를 걸고 온몸을 늘어뜨린 뒤, 이동할 때는 허리를 당긴다.
입문 두달째인 강원태(52)씨는 이날 처음으로 로프를 걸고 높이 오르는 훈련을 했다. 안전벨트를 차고 벽을 오르는 게 ‘스파이더맨’ 같다. 3m 높이의 벽은 이제 쉽게 올라간다. 창밖의 실외 암장에서는 고참 회원들이 시원하게 손과 발을 뻗어 수직 상승한다. 부럽다. 하지만 2개월 훈련만으로 불룩했던 아랫배가 사라지는 소득을 봤다.
이들에게 스포츠클라이밍을 가르치는 이는 젊은 시절 8000m급 고산 등반을 했던 산악인 좌우진(47)씨. 좌씨는 용인시가 만들어 놓고 운영하지 않았던 수지 아르피아 스포츠클라이밍장을 2년 전부터 활용하고 있다. 좌씨는 “스포츠클라이밍은 다양한 홀더를 이용해 매일 다른 코스로 인공 암벽을 오를 수 있어 전혀 지루하지 않은 스포츠”라며 “달라지는 근력과 신체 라인에 스스로도 놀라는 매력적인 전신운동”이라고 말한다.
용인/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클라이밍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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