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스포츠일반

설상 빛내는 장애인·비장애인 동반자

등록 2014-03-09 13:36수정 2014-03-09 17:15

알파인스키 회전·대회전에 출전하는 시각장애 양재림(왼쪽)과 가이드 이지열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산악클러스터 로사 후토르 알파인 스키장에서 훈련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4.3.6 소치/사진공동취재단
알파인스키 회전·대회전에 출전하는 시각장애 양재림(왼쪽)과 가이드 이지열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산악클러스터 로사 후토르 알파인 스키장에서 훈련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4.3.6 소치/사진공동취재단
소치 겨울 패럴림픽
시각장애 양재림·가이드러너 이지열 주목
동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종목에는 시각장애 알파인 스키가 있다.

볼 수 없거나 시력이 매우 약한 선수들이 슬로프를 얼마나 빨리 내려오는지 겨루는 종목이다.

시각장애 선수들은 경기 때 가이드러너와 함께 출전한다.

가이드러너는 말 그대로 선수의 눈이 돼 앞에서 이끌어주는 동반자다.

2014년 소치 패럴림픽의 여자부 시각장애 알파인 스키에 출전하는 양재림(25)은 남성 가이드러너 이지열(28)과 짝을 이뤘다.

이들이 출전하는 종목은 기문을 통과해야 하는 회전, 대회전이다.

"고(더 빨리)! 백(천천히)! 스톱(멈춰)! 급경사! 완만!"

양재림과 이지열은 시시각각 변하는 슬로프 환경 때문에 신속하게 소통할 둘만의 신호를 만들어냈다.

이들은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6일(한국시간) 열린 훈련에서 머리에 착용한 무전기기를 통해 부산하게 대화하며 실전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양재림과 이지열이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것은 6개월 전이었다.

이지열이 대한장애인스키협회의 가이드러너 제의를 받아들이면서다.

양재림은 영아 때 닥친 장애 때문에 왼쪽 눈이 보이지 않고 오른쪽 눈도 바로 앞의 사물만 식별할 정도로 약해졌다.

패럴림픽에서 그의 장애 등급은 'B2'다. 비장애인이 60m에서 보는 것을 2m까지 가까이 다가서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양재림은 균형감각을 키우기 위해 6세에 어머니의 권유로 스키를 배우기 시작했다.

스키를 향한 열정이 강했으나 빛이 많이 쏟아지는 설원에서 남은 시력이 악화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양재림은 가족의 반대에 따라 한동안 스키장을 떠났다.

그러나 그는 결국 열정에 이끌려 2010년 대한장애인스키협회를 찾아가 전문 선수가 됐다.

그동안 양재림은 여성 가이드러너와 함께 각종 대회에서 선전을 거듭했다.

2011년 미국노암컵대회 회전 3위, 2012년 네덜란드 IPC 대회 회전 1위, 2013년 스페인 세계선수권대회 회전 5위.

대학에서 동양화를 공부하며 낮에는 스키를 타고 밤에는 그림을 그리는 끈기가 맺은 열매였다.

"제가 인간 네비게이션이 되겠습니다."

이지열은 양재림이 재능을 꽃피우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 생전 들어본 적도 없는 가이드러너의 길로 들어섰다.

이지열은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날리던 엘리트 선수였다.

올림픽 종목의 알파인 스키 선수는 아니었지만 멋진 기술과 자세를 뽐내고 공연도 펼치는 인터스키 부문의 강자였다.

이지열은 2011년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스키기술선수권대회에서 2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양재림-이지열 조는 뉴질랜드, 유럽을 오가며 호흡을 맞춰오다가 패럴림픽 출전권도 얻어냈다.

둘의 호흡은 패럴림픽이 다가오면서 오누이처럼 잘 맞아들어갔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이들이 소치 패럴림픽에서 입상권에 진입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양재림과 이지열은 일단 훈련처럼 슬로프를 완주한 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기쁘게 받아들이겠다는 담담한 각오를 밝혔다.

양재림은 "이번 대회에 나온 알파인 스키 가이드러너 중에 최고"라며 이지열을 추켜세웠다.

이지열은 "열심히 하자는 애초 생각대로 경기를 잘 이끌겠다"고 화답했다.

패럴림픽의 시각장애 종목에서 입상하면 가이드러너도 선수와 함께 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에 선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빚어내는 성취이기 때문에 운용되는 패럴림픽의 고유한 제도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시각장애인 최보규(20)와 비장애인 국가대표 출신 서정륜(24)도 남자 크로스컨트리 스키에서 선수와 가이드러너로 호흡을 맞춘다.

소치=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