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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꿈보다 위대한 국적은 없다

등록 2014-02-26 15:04수정 2014-02-26 15:51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의 안현수(러시아 명 빅토르 안)가 22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에서 우승한 뒤 러시아 국기를 들고 링크를 돌고 있다. 2014.2.22  (소치=연합뉴스)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의 안현수(러시아 명 빅토르 안)가 22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에서 우승한 뒤 러시아 국기를 들고 링크를 돌고 있다. 2014.2.22 (소치=연합뉴스)

[김준의 벤치워머] 빅토르 안이 일깨운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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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겨울올림픽 최고의 화제는 안현수였다. 올림픽 같은 철저한 국가적 행사에 최고의 한국인이 (그것도 무려 ‘소련’이었던 나라로) 국적을 바꿔 금메달을 획득하는 드라마는 우리가 처음 감당해야 했던 감정이었다. 놀랍게도 안현수의 선택을 지지했으며, 누군가는 안현수가 한국 선수를 꺾어주기 바랐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홈페이지는 파괴됐고, 급기야 안현수의 러시아 이름에 영향을 준 전설의 한국계 로커 ‘빅토르 최’까지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한국인들은 국적 이전에 안현수의 처지를 이해했다. 한국 사회의 곳곳에 침투한 지연·학연·혈연이라는 운명의 트라이앵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국적’ 정도는 포기할 수 있다는 대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안현수의 이름을 빌려 한국인들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편가르기와 기득권과 파벌을 비난했다.

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 한국명 추성훈은 일본의 대학 무대를 평정한 유도선수였다. 재일동포 4세로서 국가대표를 꿈꾸며 한국으로 건너와 부산시청 유도팀에 입단했으나 용인대 출신 선수와의 시합에서 번번이 이해할 수 없는 판정으로 패하던 그는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대표가 되었다. 그리고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아키야마 요시히로는 한국의 안동진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다.

역시 재일동포 4세였던 축구선수 이충성은 2004년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19살 이하 한국 대표팀에 발탁돼 경기도 파주 트레이닝센터에 입소했으나 동료 선수들의 텃세로 상처를 입었다. 그는 한국 선수들이 그를 칭한 ‘반(半)쪽바리’가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고 일본으로 돌아가 ‘리 다다나리’라는 이름으로 개명한 뒤 2008년 일본 올림픽 대표가 되었다. 2011년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일본은 리 다다나리의 골든골로 오스트레일리아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미드필더이자 ‘맨유의 미래’라 불리는 17살의 소년 야누자이는 국가대표 경기를 뛰기 위한 국적 선택을 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그는 자신이 태어난 벨기에, 부모님이 태어난 코소보와 알바니아, 어머니의 이중국적과 관련된 크로아티아, 조부모의 국적인 터키 및 세르비아의 국가대표가 될 수 있으며, 지금의 영국에 18살부터 5년 이상 거주하면 잉글랜드 국가대표가 될 수도 있다. 축구선수 야누자이에게 ‘국가’란 개인적인 취향과 기호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클럽과 다름없다. 그의 조국은 다른 어디도 아닌 ‘축구장’일 뿐이다. 국적이란 자신의 축구를 더 잘할 수 있기 위해 필요한 도구일 뿐이다.

‘빅토르 안, 아키야마 요시히로. 리 다다나리’. 안현수, 추성훈, 이충성으로 살고 싶었던 그들이 이 낯선 이름들로 돌아와 질러댄 비명은 무엇이었던가. 국가라는 클럽이 국민을 향해 반칙을 하고, 국가라는 이름으로 한 개인의 꿈이 짓밟혀야 한다면, 그 국적을 지켜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그 누구도 반칙을 일삼고, 텃세를 부리고, 편을 가르는 클럽을 견뎌야 할 의무는 없다. 한 개인의 꿈보다 위대한 국적은 없다.

김준 사직아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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