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본 ‘김연아 논란’
소치 겨울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은 피겨여왕 김연아의 판정 논란, 빅토르 안의 쇼트트랙 황제 복귀 등으로 여느 올림픽보다 국민적 감정이 분출했다. <한겨레> 온라인 영문판의 스티븐 보로윅(캐나다) 부편집장이 외부인의 시선으로 한국 스포츠와 민족주의 문제를 들여다봤다.
김연아가 2014 소치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 져 금메달을 따지 못했을 때,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은 팬들의 반응을 짐작할 수 있었다. 팬들의 실망감과 민족주의적 감정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왔다. 불공정한 판정으로 김연아가 금메달을 빼앗겼다는 것이 주조였다.
러시아는 실제 권력층 부패와 연줄주의의 역사가 있고, 소치 올림픽조차 정직하지 못한 방식으로 열리게 됐다는 의혹이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러시아는 소치 올림픽을 국가적 위신과 민족주의 선전 무대로 여겼고, 러시아 선수들은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아야 했다.
한국인들은 때때로 국제 무대에서 왜소해지는 것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도 모른다. 한국은 국제적인 명성과 선진국 인정 등에 목말라했고, 스포츠는 이런 것들을 이룰 수단으로 여겨져왔다.
소트니코바 우승 뒤 인터넷 청원 사이트(change.org)에는 세계빙상경기연맹에 피겨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한국팬 190만명 이상의 청원이 폭주했다. 세계빙상경기연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페이스북은 성난 코멘트로 폭격을 당했다. 이전에도 국제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기대에 어긋나는 결과를 얻었을 때 민족주의적 정서가 분출한 경우가 있다. 2012 런던 올림픽 펜싱 4강전에서 신아름이, 1988년 서울 올림픽 복싱 32강전에서 변정일이 졌을 때가 그런 사례다.
팬들 실망감 알지만
민족주의적 감정
앞세우지 않았는지… 김연아의 금 실패를 둘러싼 팬들의 반응에 외국인들은 예전에 익히 봐왔던 시나리오가 전개된다고 생각한다. 10년간 서울에 거주한 영어 강사 더글러스 빈스는 “이건 절망 이상이다. 이건 분노다. 세계야구클래식(WBC)이나 여름·겨울 올림픽이나 심지어 월드컵 등에서 나왔던 반응과 같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빼놓고, 분노가 없었던 경기가 언제였는가?”라고 했다. 마모츠 홀이라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영어 블로그에서도 판정의 공정성과 민족주의적 분노의 표출과 관련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데이브라는 이름의 사용자는 “불쌍한 루저들 늘 그렇듯”이라고 썼다. 한국인들은 자기 나라를 말할 때 여전히 “작다”라고 표현한다. 외국인들이 볼 때 그것은 정확하지 않다. 서울에 근거지를 둔 작가이자 사업가인 다니엘 튜더는 최근 칼럼에서 “한국을 영원히 다른 나라 손에 좌우되는 힘없는 희생자로 볼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것을 너무 깊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이 나라에는 일반적으로 부정적이고 자기를 의심하는 화술이 존재한다”고 썼다. “작다”라는 생각이 한국 사람들에게 국제 경쟁에서 약자라는 느낌을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볼 때, 한국은 작거나 힘없어 보이는 나라가 아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 규모로 세계 10위권대의 대국 안에 든다. 영화와 음악은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린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진작에 벗어났다. 서구의 다른 지역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기회와 자극을 받는다고 느끼는 외국인들한테는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김연아의 은메달에 대한 처음의 분노는 사라지고 한국 팬들은 이제 평정심을 되찾았다. 김연아는 의연하게 “일등이 아니어도 행복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준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2018 겨울올림픽은 평창에서 열린다. 한국민들이 공정한 올림픽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그것은 한국 선수들에 대한 홈 이점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1988년 올림픽과는 달라야 한다. 선수들이 메달을 따는 것보다 공정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이 한국의 국제적 지위를 높이는 최상의 길이 될 수 있다. 스티븐 보로윅 한겨레 영문판 기자 steven@hani.co.kr
민족주의적 감정
앞세우지 않았는지… 김연아의 금 실패를 둘러싼 팬들의 반응에 외국인들은 예전에 익히 봐왔던 시나리오가 전개된다고 생각한다. 10년간 서울에 거주한 영어 강사 더글러스 빈스는 “이건 절망 이상이다. 이건 분노다. 세계야구클래식(WBC)이나 여름·겨울 올림픽이나 심지어 월드컵 등에서 나왔던 반응과 같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빼놓고, 분노가 없었던 경기가 언제였는가?”라고 했다. 마모츠 홀이라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영어 블로그에서도 판정의 공정성과 민족주의적 분노의 표출과 관련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데이브라는 이름의 사용자는 “불쌍한 루저들 늘 그렇듯”이라고 썼다. 한국인들은 자기 나라를 말할 때 여전히 “작다”라고 표현한다. 외국인들이 볼 때 그것은 정확하지 않다. 서울에 근거지를 둔 작가이자 사업가인 다니엘 튜더는 최근 칼럼에서 “한국을 영원히 다른 나라 손에 좌우되는 힘없는 희생자로 볼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것을 너무 깊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이 나라에는 일반적으로 부정적이고 자기를 의심하는 화술이 존재한다”고 썼다. “작다”라는 생각이 한국 사람들에게 국제 경쟁에서 약자라는 느낌을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볼 때, 한국은 작거나 힘없어 보이는 나라가 아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 규모로 세계 10위권대의 대국 안에 든다. 영화와 음악은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린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진작에 벗어났다. 서구의 다른 지역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기회와 자극을 받는다고 느끼는 외국인들한테는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김연아의 은메달에 대한 처음의 분노는 사라지고 한국 팬들은 이제 평정심을 되찾았다. 김연아는 의연하게 “일등이 아니어도 행복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준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2018 겨울올림픽은 평창에서 열린다. 한국민들이 공정한 올림픽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그것은 한국 선수들에 대한 홈 이점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1988년 올림픽과는 달라야 한다. 선수들이 메달을 따는 것보다 공정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이 한국의 국제적 지위를 높이는 최상의 길이 될 수 있다. 스티븐 보로윅 한겨레 영문판 기자 stev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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