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안(안현수)이 22일(한국시각) 아이스베르크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경기에서 우승한 뒤 러시아 국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소치/연합뉴스
러시아 기자 5인이 말하는 안현수
부상 당해 고국에서 배척받아
러시아서 절정 맛본 동화 이야기
쇼트트랙 ‘빅토르 키즈’ 생겨
아이 낳으면 ‘빅토르’라 부르기도
소트니코바 판정 논란 알지만
어려운 프로그램 감안해야
개최국 이점 한국도 있지 않았나
부상 당해 고국에서 배척받아
러시아서 절정 맛본 동화 이야기
쇼트트랙 ‘빅토르 키즈’ 생겨
아이 낳으면 ‘빅토르’라 부르기도
소트니코바 판정 논란 알지만
어려운 프로그램 감안해야
개최국 이점 한국도 있지 않았나
“고국에서 배척받았다가 러시아에 와서 절정을 맛본 동화 같은 이야기다.”
23일 러시아 소치 올림픽파크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만난 블라디미르 게스킨 <스포르트 엑스프레스> 부주필은 빅토르 안(29·이하 안현수)이 러시아에 귀화해 쇼트트랙 3관왕이 된 사건을 이렇게 설명했다. 러시아 국영통신사 <리아 노보스티>의 세르게이 아베리야노프는 기자는 “과거 인기 로커인 카레이스키(고려인) 빅토르 최는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다. 같은 이름의 빅토르 안은 러시아의 영웅이 됐다”고 강조했다. 5명의 러시아 언론인을 통해 ‘빅토르 안’ 현상을 들어봤다.
■ 비인기 쇼트트랙 “인기 폭발” 세르게이 아베리야노프는 “지금 일반 사람들을 인터뷰해 보라. 그러면 빅토르 안 때문에 한국 사람들에 대해 대단히 좋은 느낌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거다. 소치 올림픽에서 가장 결과가 좋았던 종목은 쇼트트랙이고, 그것은 빅토르 안이 일군 성과”라고 말했다. 인터넷 매체인 <베시 호케이>의 막심 자먀틴 기자는 “올림픽 전에는 빅토르를 알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이제 누구나 다 안다”고 했다. 게스킨 부주필은 “빅토르 안에 대한 이미지는 하나의 동화와 비슷하다. 부상을 당했다가 고국팀에서 배척을 받은 뒤 러시아에 와서 절정을 맛본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했다. 게스킨 부주필은 “2년 전 모스크바 쇼트트랙 세계대회 당시 관중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객석도 가득 찬다”며 “그의 전략 덕택에 항상 이긴다. 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바실리 코노프 <리아 노보스티> 스포츠 담당 주필은 “아이들이 쇼트트랙 선수를 꿈꾸기 시작했고 러시아 부모들이 아이를 낳으면 빅토르라고 부른다는 농담까지 나왔다”고 했다. 코노프 주필은 “빅토르는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러시아말로 인터뷰까지 한다. 금메달 따면 러시아 국가를 부르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이 나라에 와서 그가 보여준 노력이 감동을 준다”고 칭찬했다. ‘소트니코바와 안현수 중 누구의 업적이 더 훌륭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아베리야노프 기자는 “빅토르가 이번 올림픽 최고의 영웅이다. 소트니코바는 메달을 하나 땄지만 빅토르는 금메달을 3개나 땄다”고 말했다.
■ 빅토르가 보여준 한국 이미지 코노프 주필은 “빅토르 안이 긍정적인 정서를 부가했다고 할 수 있다. 빅토르가 얼마나 많이 훈련하는지를 봤다. 한국인들이 전체적으로 일에 대한 노력, 진지한 태도를 갖고 있다는 인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아베리야노프 기자는 “빅토르 안의 성공으로 한국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고 했다. 게스킨 부주필은 “러시아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이 좋은 교육을 받았고 영리하고 첨단 기술로 진보한 민족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에는 카레이스키가 많고 우리는 정치·문화·과학계에 아주 많이 있다”며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카레이스키는 의심할 바 없이 빅토르 안이다”라고 말했다.
이방인에게 느끼는 거부감은 크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게스킨 부주필은 “러시아는 여러 민족으로 이뤄진 국가인데다 빅토르는 이곳에서 성공했다. 빅토르는 스포츠 천재이면서 겸손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옥사나 키릴로바는 “빅토르를 만나서 인터뷰를 많이 했다. 그는 대단히 착하고 긍정적이다. 연맹이나 협회에서는 선수들을 직접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다. 하지만 빅토르가 러시아 대표팀의 전체적인 수준까지 올리면서 성공을 했기 때문에 그런 불만을 말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게스킨 부주필은 “빅토르 최는 변혁과 저항의 상징이었고 빅토르 안은 노력과 성공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안현수의 성공이 한-러 관계를 더욱 우호적으로 만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아베리야노프 기자는 “한국 사람들도 러시아 사람들도 빅토르 안을 자랑스러워한다. 빅토르 안 때문에 한국과 러시아가 싸울 이유가 전혀 없다. 훨씬 한국에 대해 많이 알게 됐고 매우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 서로 관심을 갖고 좋은 관계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피겨 갈등에는 조심스러운 태도 김연아의 은메달로 귀결된 피겨 여자 싱글 채점 문제를 놓고 러시아 기자들은 조심스러운 태도다. 아베리야노프 기자는 “확실하게 말할 순 없지만 <뉴욕 타임스> 기사를 봤는데 소트니코바의 프로그램이 더 어렵고 접수가 높았다. 러시아 전문가들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먀틴 기자는 “올림픽 개최국에서는 이런 경우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올림픽이 있었다면 한국 선수들에게 더 좋은 평가를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 개최로 인한 정치적·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했다. 키릴로바 기자는 “올림픽이 아무 문제 없이 잘 진행됐고 메달도 많이 땄다. 결과적으로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자먀틴 기자는 “푸틴이 올림픽을 위해 투자를 많이 했고 정치적으로나 대외적으로 러시아의 인지도 향상 등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가 아니라 경제 문제 등 다른 곳에 투자를 했더라면 시민들에게는 더 큰 이득이 있었을 거라는 여론도 많다”고 전했다. 소치/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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