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겨울올림픽
빙속 남자 팀추월 은메달
팀워크로 개인 열세 극복
이승훈, 통산 3번째 메달
빙속 남자 팀추월 은메달
팀워크로 개인 열세 극복
이승훈, 통산 3번째 메달
개인 기록은 상대에 뒤지지만 3명의 호흡이 척척 맞았다. 있는 힘을 다해 한명이 달리는 것 같았다. 선두로 나선 선수가 힘겨워하면 뒤따르는 선수가 엉덩이에 손을 대고 밀어주었다.
이승훈(26·대한항공)·주형준(23·한국체대)·김철민(22·한국체대)으로 구성된 한국팀이 22일 새벽(한국시각)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에서 값진 은메달(3분40초85)을 따냈다. 8강전에서 러시아, 4강전에서 캐나다를 무너뜨린 뒤 결승전에서 아쉽게 세계 최강 네덜란드(3분37초71)에 졌다. 이들은 노메달에 그칠 뻔했던 남자 종목에서 한국에 유일하게 메달을 안겼다. 4년 전 2010 밴쿠버 올림픽 5위에 이어 이번에 메달까지 따내 한국의 새로운 전략 종목으로 떠올랐다. ‘맏형’ 이승훈은 밴쿠버 올림픽 남자 1만m 금메달, 5000m 은메달에 이어 자신의 세번째 메달을 따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중 가장 많은 올림픽 메달을 기록했다.
한국 특유의 팀워크가 일궈낸 메달이라 더욱 값졌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이승훈이 남자 5000m에서 12위(6분25초61), 1만m에서 4위(13분11초68), 주형준이 1500m에서 29위(1분48초59), 김철민은 5000m에서 24위(6분37초28)를 차지했다. 개인 전력에서는 다른 나라에 열세였다.
8강전에서 맞닥뜨린 러시아는 3명이 5000m에서 6위, 7위, 11위에 오르는 등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준결승 상대인 캐나다는 남자 1000m 은메달(1분08초43), 1500m 동메달(1분45초22)을 따낸 데니 모리슨을 비롯해 개인 기록이 한국보다 월등히 앞선 선수들로 구성됐다.
하지만 한국에는 팀워크가 있었다. 이승훈은 “팀추월에서 이렇게 좋은 성적이 나오는 이유를 모르겠다. 나도 그런 점이 신기하다. 팀워크가 잘된 것 같다”고 했다. 지옥훈련도 한몫했다. 이승훈은 “훈련 때 트랙 4바퀴를 돌면서 빠른 속도를 유지하고 교체하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고, ‘막내’ 김철민은 “실제 경기처럼 하는 훈련을 늘 소화하다 보니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이승훈은 “3명 모두 앞 선수를 따라가고 발을 맞추는 스케이팅이 익숙했다는 점도 팀추월에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승훈은 “엉덩이에 손을 올리는 것은 서로 밀어주는 것이다. 손만 얹어도 바람의 느낌이 달라져 앞 선수가 수월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결정적인 순간에는 ‘(속도를) 올리자’, ‘그대로 가자’고 소리쳐” 호흡을 맞췄다.
올림픽 초반 메달 사냥에 실패하면서 마음고생을 했던 이승훈은 “티 내지 않고” 묵묵히 훈련에 열중했다. 그런 선배를 후배들은 믿고 따랐다. 김철민은 “정말 힘들어서 못 버틸 훈련인데 승훈 형이 버텨내는 게 정말 대단하다. 그냥 (경기에서) 앞장서서 해주니까 우린 따라갔다”며 강한 믿음을 나타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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