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승훈·김철민·주형준이 21일 저녁(현지시각) 열린 캐나다와의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 4강전에서 역주하고 있다. 소치/연합뉴스
“5000m 경기에서의 충격을 극복하기 힘들었는데
후배들과 함께 셋이 목에 메달 걸어 세배로 기뻐”
후배들과 함께 셋이 목에 메달 걸어 세배로 기뻐”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의 ‘대들보’ 이승훈(26·대한항공)이 후배 주형준(23·한국체대), 김철민(22·한국체대)과 함께 은메달을 목에 건 뒤 “5000m 경기에서의 충격을 극복하기 힘들었었다”며 그간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이승훈은 주형준, 김철민과 함께 22일(한국 시각)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 결승에서 네덜란드에 아쉽게 패하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에서는 졌지만 절친한 후배들과 함께 은메달을 목에 건 이승훈은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알려주듯이 후련한 표정이었다. 이승훈은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채 마르지도 않은 채로 메달을 목에 걸고 “밴쿠버올림픽 이후 4년 동안 어려움과 힘든 시간이 많았는데 이번 올림픽에 와서까지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마지막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후배들과 함께 셋이 메달을 목에 걸어서 세배로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이승훈은 “개인전에서는 10000m보다 5000m에서 기대를 많이 걸었는데 기록이 너무 저조해서 충격적이었다”며 “그 충격을 극복하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메달 획득에 큰 기대를 모으고 나간 남자 5000m 경기에서 이승훈은 6분25초61의 저조한 성적으로 12위에 머물렀다. 이승훈은 “개인전은 망쳤지만 팀추월 만큼은 잘하고 싶었다. 후배들과 함께 경기를 해야 하니까 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후배들의 분위기도 안 좋아져서 흔들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일부러 5000m 경기에서의 문제점도 생각하지 않고 완전히 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철민은 “(이)승훈이 형이 티도 내지 않았다. 힘들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앞장서서 훈련을 해주니까 우리는 따라갔다”고 말했고, 주형준도 “첫날 5000m 경기가 끝난 뒤에도 힘든 내색이 전혀 없었다. 항상 웃으며 긍정적으로 훈련을 앞에서 이끌어줬다”고 말했다. 이승훈이 후배들과 함께 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승훈은 오히려 “나도 후배들 덕분으로 메달을 따게 됐다. 그게 너무 고맙다”며 후배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남자 개인전에서는 한 종목에서도 시상대 위에 서지 못했지만 한국 대표팀은 팀 추월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승훈은 “개개인의 능력에 비해서 팀추월에서는 기록 차이가 없다. 나도 신기하다. 팀추월에서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둔 이유를 나도 모르겠다. 그냥 팀워크라고 생각한다”며 “나와 후배들 모두 개개인의 기량이 조금씩만 더 좋아진다면 더 강한 팀이 될 것”이라고 희망적인 목소리를 냈다.
소치/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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