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오른쪽)가 2006년 11월 열린 시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뒤 어머니 박미희씨와 함께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시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17년 뒷바라지 어머니 박미희씨
카카오톡 대화로 딸 다독여
카카오톡 대화로 딸 다독여
‘피겨 여왕’ 김연아(24)의 마지막 무대. 그를 17년 동안 그림자처럼 뒷바라지해온 어머니 박미희(55)씨는 관중석 한켠에서 초조하게 지켜보며 회한에 잠겼다. 딸의 환상적인 연기가 끝난 뒤에는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눈물까지 흘렸다. 이런 장면은 한국 방송사의 카메라에 잡혀 피겨 여왕을 사랑하는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기대했던 올림픽 2연패가 아쉽게 무산됐지만, 의연했던 딸만큼이나 어머니도 금메달에 연연하지 않았다. “점수에 대해 얘기가 많지만 다 끝났으니까 너무 열받지 마라. 이제 자유를 즐기자. 너보다 더 간절한 사람에게 금메달을 줬다고 생각하자….” 카카오톡 대화를 통해 어머니는 딸을 이렇게 다독였다.
어머니는 늘 딸이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자, 채찍질을 아끼지 않은 무서운 코치나 다름없었다. 1994년 만 4살 때, 젊은 시절 피겨를 배웠던 어머니의 권유로 피겨와 인연을 맺은 딸은 “엄마와 싸우고 서운했던 적도 있지만 엄마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극성이라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딸이 세계 여자 피겨스케이팅 역사에 찬란한 한 페이지를 장식한 것은 어머니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열정 때문이었다. 딸이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할 때면 늘 관중석 구석에 앉아 딸의 연습 장면을 지켜보며 컨디션이 어떤지를 체크하며 조언했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딸이 금메달을 따낸 이후에는 매니지먼트 회사인 올댓스포츠를 설립해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딸의 관리에도 직접 나섰다.
2연패에는 실패했지만 올림픽 무대 김연아의 성공은 어머니의 숨겨진 노력의 값진 성과이기도 하다. 어머니의 힘은 너무도 위대하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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