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2014] 김연아가 남긴 것
‘그’의 등장은 신의 축복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다른 그’의 등장이 언제가 될지 아무도 기약할 수 없다. 그만큼 김연아(24)의 출현과 놀라운 활약, 그리고 화려한 퇴장은 비단 피겨스케이트의 역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심장에 강한 울림을 남겨놓았다. 한국은 김연아가 등장하기 전까지 피겨의 불모지였다. 누구도 한국의 피겨 선수가 세계 정상에 오를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김연아는 ‘유나’(Yu-na)라는 애칭으로 전세계를 압도했고, 열광하게 만들었다. 그가 보여준, 빙판 위의 부드럽고 우아하고 맵시있는 동작은 인종의 벽을 없앴고, 전세계적인 ‘한류’ 브랜드의 값진 밑거름이 됐다. 무엇보다도 피겨라는 스포츠를 뿌리째 바꾸는 최고의 ‘혁명가’였다.
피겨를 국민 스포츠 반열에
김해진·박소연 등 폭풍성장
■ 피겨의 토양, ‘연아 키즈’의 출현 2000년대 중반 불기 시작한 ‘피겨 바람’은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면서 ‘열풍’으로 변했다. 실내 링크마다 앙증맞은 소녀들이 공중회전을 하며 얼음보라를 날리고, ‘김연아 키즈’로 성장했다. 김연아의 힘으로 소치 올림픽 출전권을 얻은 김해진(17·과천고)과 박소연(17·신목고)은 ‘연아 키즈’의 선두주자다. 둘은 20일 쇼트프로그램에서 각각 18위, 23위에 입상해 애초 올림픽 목표였던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했다. 이 동갑내기 기대주들이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이 되면 피겨 선수로서 기량이 절정인 시점에 도달한다. 4년간의 경험과 자신감을 축적한다면 포스트 김연아로 자리잡을 수 있다. 그러나 피겨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경기도 군포시는 ‘김연아 빙상장’을, 서울시는 ‘서울시립빙상장’ 등을 지으려 했다가 백지화했다. 김연아 이후엔 피겨에 대한 관심이 사라져 전용 빙상장이 효용이 없을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뱀파이어에서 한마리 새까지
무대마다 화제 된 ‘신의 한수’
■ 피겨 의상의 혁신 김연아는 시니어 무대 데뷔 이후 상식을 깨는 피겨 의상으로 화제를 뿌렸다. 피를 흘리는 뱀파이어를 연상시키는가 하면, 가녀린 한마리 새로 변신하기도 했다. 우아한 여신이 되기도 했고, 강렬한 욕망의 여인이 되어 세계를 홀리기도 했다. 2006년 시니어 데뷔 당시 쇼트프로그램 배경 음악 ‘록산느의 탱고’에 맞춰 김연아는 붉고 검은 드레스에 가슴 부분에는 불꽃을 연상시키는 무늬로 탱고의 열정을 강화했다. 프리스케이팅 데뷔곡인 ‘종달새의 비상’에서는 투명한 하늘색 의상에 흰색 천으로 아름다운 새의 꼬리를 표현해 새로 변신하기도 했다. 2008년부터는 소녀에서 카리스마를 겸비한 여인으로 변신했다. ‘죽음의 무도’에서 강렬한 여인으로 거듭난 김연아는 ‘세헤라자데’에서는 금빛 장식을 한 붉은 드레스로 우아한 여인으로 변신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제임스 본드의 오리지널 사운드 메들리를 쇼트 주제가로 선택했는데, 몸에 붙는 옷이나 치마 옆을 트는 방식으로 변화를 주었다. 비대칭 어깨 라인으로 예술적 작품을 연상케 하는 의상을 선보였다. 이번 소치에서 보여준 쇼트의 올리브그린 의상 역시 처음에는 “단무지 같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위엄있는 여왕의 색깔로 인식시키며 비난을 잠재웠다.
최초 200점…역대 최고 228점
김연아가 깨뜨린 김연아 기술
■ 충실한 기본기, 표현력의 극대화 “피겨는 탄탄한 기본기”라고 강조해온 김연아는 피겨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2007년 3월 세계대회 쇼트에서 71.95라는 점수로 역대 최고점을 경신한 이래,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최고 점수(228.56) 우승 등 기록을 제조해 왔다. 김연아는 올림픽 뒤 “피겨는 기록경기가 아니다. 완성도에 신경쓰겠다”고 했지만, 그의 최고점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기술점수뿐 아니라 표현력이 중요한 예술점수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보였다. 타이츠로 스케이트화를 덮어 행여 짧게 보일지도 모르는 다리의 단점을 보완한 것도 김연아 등장 이후 더욱 일반화됐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피겨를 국민 스포츠 반열에
김해진·박소연 등 폭풍성장
■ 피겨의 토양, ‘연아 키즈’의 출현 2000년대 중반 불기 시작한 ‘피겨 바람’은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면서 ‘열풍’으로 변했다. 실내 링크마다 앙증맞은 소녀들이 공중회전을 하며 얼음보라를 날리고, ‘김연아 키즈’로 성장했다. 김연아의 힘으로 소치 올림픽 출전권을 얻은 김해진(17·과천고)과 박소연(17·신목고)은 ‘연아 키즈’의 선두주자다. 둘은 20일 쇼트프로그램에서 각각 18위, 23위에 입상해 애초 올림픽 목표였던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했다. 이 동갑내기 기대주들이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이 되면 피겨 선수로서 기량이 절정인 시점에 도달한다. 4년간의 경험과 자신감을 축적한다면 포스트 김연아로 자리잡을 수 있다. 그러나 피겨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경기도 군포시는 ‘김연아 빙상장’을, 서울시는 ‘서울시립빙상장’ 등을 지으려 했다가 백지화했다. 김연아 이후엔 피겨에 대한 관심이 사라져 전용 빙상장이 효용이 없을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뱀파이어에서 한마리 새까지
무대마다 화제 된 ‘신의 한수’
■ 피겨 의상의 혁신 김연아는 시니어 무대 데뷔 이후 상식을 깨는 피겨 의상으로 화제를 뿌렸다. 피를 흘리는 뱀파이어를 연상시키는가 하면, 가녀린 한마리 새로 변신하기도 했다. 우아한 여신이 되기도 했고, 강렬한 욕망의 여인이 되어 세계를 홀리기도 했다. 2006년 시니어 데뷔 당시 쇼트프로그램 배경 음악 ‘록산느의 탱고’에 맞춰 김연아는 붉고 검은 드레스에 가슴 부분에는 불꽃을 연상시키는 무늬로 탱고의 열정을 강화했다. 프리스케이팅 데뷔곡인 ‘종달새의 비상’에서는 투명한 하늘색 의상에 흰색 천으로 아름다운 새의 꼬리를 표현해 새로 변신하기도 했다. 2008년부터는 소녀에서 카리스마를 겸비한 여인으로 변신했다. ‘죽음의 무도’에서 강렬한 여인으로 거듭난 김연아는 ‘세헤라자데’에서는 금빛 장식을 한 붉은 드레스로 우아한 여인으로 변신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제임스 본드의 오리지널 사운드 메들리를 쇼트 주제가로 선택했는데, 몸에 붙는 옷이나 치마 옆을 트는 방식으로 변화를 주었다. 비대칭 어깨 라인으로 예술적 작품을 연상케 하는 의상을 선보였다. 이번 소치에서 보여준 쇼트의 올리브그린 의상 역시 처음에는 “단무지 같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위엄있는 여왕의 색깔로 인식시키며 비난을 잠재웠다.
최초 200점…역대 최고 228점
김연아가 깨뜨린 김연아 기술
■ 충실한 기본기, 표현력의 극대화 “피겨는 탄탄한 기본기”라고 강조해온 김연아는 피겨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2007년 3월 세계대회 쇼트에서 71.95라는 점수로 역대 최고점을 경신한 이래,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최고 점수(228.56) 우승 등 기록을 제조해 왔다. 김연아는 올림픽 뒤 “피겨는 기록경기가 아니다. 완성도에 신경쓰겠다”고 했지만, 그의 최고점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기술점수뿐 아니라 표현력이 중요한 예술점수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보였다. 타이츠로 스케이트화를 덮어 행여 짧게 보일지도 모르는 다리의 단점을 보완한 것도 김연아 등장 이후 더욱 일반화됐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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