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이승훈이 18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10,000m 결선에서 역주하고 있다. 2014.2.18/뉴스1
‘12분58초55’. 전광판에 큼지막하게 적혀 있는 이 숫자는 4년 전 밴쿠버에서 이승훈(26·대한항공)이 세운 올림픽 기록이다. 이 기록이 결국 깨졌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금·은·동 석권 속에 혼신의 힘을 다한 역주는 4년 전보다 더 빛났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의 간판 이승훈이 18일(현지시각)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에서 13분11초68로 4위에 올랐다. 시상대 위에 서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금메달은 12분44초45 만에 들어와 새 올림픽 기록을 세운 요릿 베르흐스마, 은메달은 스벤 크라머르(12분49초02), 동메달은 보프 더용(13분7초19)이 차지하는 등 ‘오렌지 돌풍’이 몰아쳤다.
이승훈은 올림픽 전까지만 해도 컨디션은 최고조였다.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에서 열린 전지훈련에서도 기록을 단축했다. 그러나 소치에 입성한 뒤 시련이 닥쳤다. 시차 적응 등에 실패했고, 개막 첫날인 8일 남자 5000m 경기에서 6분25초61의 기록으로 12위. 이승훈은 경기 뒤 “죄송합니다”란 말을 하기도 했다.
이날은 달랐다. 이승훈은 죽기 살기로 달렸다. 상대는 장거리 최강자인 크라머르였지만 주눅들지 않고 초반부터 크라머르와 정면대결을 펼쳤다. 출발 뒤 1200m부터 2800m 구간까지는 전체 선수 중 가장 빠른 기록을 자랑했다. 그러나 3200m 구간부터 뒤처지기 시작했고, 중반 이후부터는 거리가 벌어졌다. 막판에는 지구력이 바닥나면서 4위로 마감했다.
소치/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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