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겨울올림픽
여자팀 3승6패…8위로 마무리
‘시청률 10%’ 최고 인기 스타로
국내에 국제규격 경기장 1곳뿐
열풍 이어가려면 지원 늘어야
여자팀 3승6패…8위로 마무리
‘시청률 10%’ 최고 인기 스타로
국내에 국제규격 경기장 1곳뿐
열풍 이어가려면 지원 늘어야
애초부터 누구도 그들에게 메달을 기대하지 않았다. 메달 따는 기적은 ‘당연히’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이번 소치 겨울올림픽 인기스타가 됐다. ‘컬링돌’이란 신조어가 생겼고, 그들이 하는 경기는 평균 시청률 10%의 ‘기적’을 이뤘다. 바로 한국 여자컬링 대표팀이다.
사상 첫 올림픽 무대를 경험한 한국 여자컬링 대표팀 선수들은 17일(현지시각) 캐나다와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4-9로 패하며 3승6패를 기록했다. 출전 10개국 중 공동 8위. 4위까지 주어지는 준결승 진출엔 실패했지만 가히 ‘컬링 폭풍’을 일으켰다.
신미성(36)·김지선(27)·이슬비(26)·김은지(24)·엄민지(23·이상 경기도청). 이들은 대부분 경기 규칙도 몰랐던 한국인들을 중계화면 앞으로 끌어들여 열광하게 만들었고, 기묘한 외침과 신선한 이미지로 단박에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제 관심은 4년 뒤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컬링이 어떤 성적을 올릴 것인지와, 겨울 국민스포츠로 자리잡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우선 국내 컬링의 환경은 열악 그 자체이다. 국제대회가 가능한 경기장은 경북 의성 한 곳뿐이다. 대한컬링연맹이 창설된 건 1994년. 당시 국제대회에 출전한 한국은 전패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선수들은 연습할 곳도 없어 일반 아이스링크에 새벽에 몰래 들어가 손전등을 켜고 연습했다. 2006년 의성에 4개의 라인이 있는 컬링센터가 만들어지며 한국 컬링의 메카가 됐다. 3개 라인이 있는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는 대회는 못 연다. 아이스하키 팀과 같이 쓰는 링크이기 때문이다.
전국에는 84개의 사회인·학교 팀이 있다. 초등학교 8개, 중학교 21개, 고등학교 19개, 대학 3개 팀, 그리고 일반팀이 있다. 등록선수는 600여명. 이들은 연습장이 없어 애를 태운다. 멀리 의성까지 버스 타고 가서 기다렸다가 연습을 하든지, 태릉에 가서 국가대표팀이 훈련을 쉬는 사이사이에 스톤을 미끄러뜨려야 했다.
소치에서 한국의 첫 승리 제물이 된 일본은 전용경기장이 11개나 있고, 등록선수가 50만명이 이른다. 세계 최강 캐나다는 전용 컬링장이 1000개에 이른다. 그나마 있는 의성과 태릉의 빙질은 커브가 제대로 들지 않는 빙질이다. 컬링(curling)의 뜻처럼 스톤이 휘어져 들어가야 고급 전략과 기술이 가능한데, 한국에서는 빙질이 나빠 잘 휘지 않는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컬링 대표팀은 메달을 딸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태릉선수촌 근처 모텔에서 자야 했고, 식사도 선수촌 식당에 못 들어가고, 근처 식당에서 주문해 먹어야 했다. 예산이 없어 브러시를 빨아서 쓰거나 다른 나라 선수들이 사용하다가 버린 것을 빨아 쓰기도 했다.
다행히도 몇개 기업에서 컬링을 후원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2012년에 모두 100억원을 2018년까지 지원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또 케이비(KB)금융그룹과 스포츠 용품업체 휠라가 컬링을 후원하고 있다.
소치 분위기가 계속될 경우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컬링은 소치보다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국민적 스포츠로 성장하기 위해선 컬링 전용경기장이 늘어야 한다. 의성의 경우처럼 지자체에서 열의를 갖고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
스톤을 노려보며 괴성을 질러 인기를 끈 김지선은 “이번 올림픽에서 얻어가는 게 많은 것 같다. 앞으로는 이 소중한 경험을 잘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유치원 교사 출신의 이슬비도 “4년 동안 준비를 많이 해 꼭 메달을 걸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컬링은 이제 시작이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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