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컬링 대표팀이 17일 오전(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아이스큐브 컬링센터에서 열린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미국 전에서 11-2로 승리하며 실낱같은 4강 진출 희망을 이어갔다. 사진은 경기를 마친 한국 김민지 등 선수들이 미국 선수들과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2014.2.17 연합뉴스
한국 여자 컬링의 사상 첫 올림픽은 아쉬움과 희망이 교차하는 가운데 마무리됐다.
여자 컬링 대표팀은 17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큐브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8차전에서 미국을 11-2로 완파했으나 이와 상관없이 4강에는 오르지 못하게 됐다.
전날 덴마크와의 7차전에서 패배한 뒤 이미 사실상 4강 진출이 좌절된 대표팀은 이날 경기를 마치고 눈물을 글썽이며 아쉬움을 달래지 못했다.
비록 꿈꾸던 4강 진출은 실패했지만, 소치올림픽에서 한국 컬링은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다.
'빙판의 체스'라고 불리는 컬링은 치밀한 작전과 세밀한 경기 운영 등이 중요하기 때문에 체격 조건에 따른 격차가 크지 않아 한국 동계스포츠의 미래 전략 종목 중 하나로 오랫동안 꼽혀 왔다.
그러나 워낙 국내에서의 역사가 짧은 터라 저변이 좁아 쉽사리 스타를 키우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정영섭 감독의 지휘 아래 주장격인 스킵 김지선(27)과 이슬비(26), 신미성(36), 김은지(24), 엄민지(23·이상 경기도청)로 구성된 대표팀은 지난 2년간 한국 컬링의 새 역사를 썼다.
2012년 캐나다 레스브리지에서 열린 세계여자선수권대회에서 4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의 성적을 발판 삼아 이들은 한국 컬링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기에 이르렀다.
소치올림픽에서는 데뷔전이던 일본과의 1차전을 승리로 장식했고, 이 밖에도 러시아·미국 등 강호들을 꺾었다.
대회 출전국 10곳 가운데 세계랭킹이 가장 낮은 10위임에도 만만찮은 실력을 과시한 것이다.
이들의 활약 덕에 그동안 주목받지 못하던 컬링은 국내에서 상당한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소치올림픽에 출전한 컬링 대표팀은 고급 경기장의 빙질에 익숙지 못한 핸디캡을 감수하고 경기를 치러야 했다.
스코틀랜드에서 한 달간 전지훈련을 거쳤지만, 국내 경기장과 전혀 다른 특징을 그 사이에 모두 익히기란 불가능했다.
여러 스톤을 연쇄 충돌시켜 상대 스톤을 하우스(표적판) 밖으로 밀어내거나, 수비를 위해 세워 놓은 상대 스톤을 회피해 돌아서 들어가는 등의 고급 기술을 발휘하지 못하고 자주 실수를 범했다.
정영섭 감독은 "한국 경기장에서는 스톤이 직선으로 움직이지만, 이곳에서는 '컬링'이라는 이름처럼 스톤의 속도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경로가 휜다"면서 "하지만 그렇게 미세한 변화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작전을 펼치기에는 경험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당구로 비유하자면 공에 회전을 거는 기본기조차 쓰지 못한 채 강호들과 경기를 펼친 셈이다.
결국 4년 뒤 평창올림픽에서 발전한 모습을 보이기 위한 열쇠는 '인프라'에 맞춰진다.
국내에는 경북 의성에 훌륭한 시설을 갖춘 전용 컬링장이 한 곳 있지만 사정상 많은 팀이 집중해서 훈련하기에는 부족한 형편이다.
컬링 종주국인 캐나다가 1천 곳 가까운 시설을 운영하는 것과 큰 차이다.
소치올림픽에서 경험한 것과 같은 세계 수준의 빙질을 경험케 할 전문 아이스메이커(얼음을 얼리는 기술자)를 양성하는 것도 평창올림픽과 그 이후를 위해 시급한 일이다.
대표팀 스킵 김지선은 "세계 정상의 팀과 우리의 기량은 종이 한 장 차이지만, 그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고 돌아봤다.
최민석 코치도 "원래 컬링은 작은 실수 하나에 생기는 한두 점의 차이가 쌓여 결과를 좌우하는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이 차이를 좁히기 위한 작업이 2018년 평창까지 차근차근 이뤄져야 할 것이다.
(소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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