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영이 16일(현지시각)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에서 힘차게 질주하고 있다.
소치 겨울올림픽
노선영, 빙속 여자 1500m 29위
‘암투병’ 쇼트트랙 노진규 누나
“메달 따오겠다고 약속했는데…
팀추월 경기서 다시 도전할 것”
노선영, 빙속 여자 1500m 29위
‘암투병’ 쇼트트랙 노진규 누나
“메달 따오겠다고 약속했는데…
팀추월 경기서 다시 도전할 것”
“동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던 누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상대를 따라잡으려 이를 악물고 질주했다. 한바퀴를 남겨 두고 역전에 성공하는 기적의 막판 스퍼트를 했다. 그렇게 나온 기록이 2분01초07, 전체 29위. 아쉬운 성적보다 마음이 더 쓰였던 건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보고 있을 동생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17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에 출전한 노선영(25·강원도청)은 혼자 뛰었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애초 러시아행 비행기를 쇼트트랙 남자 국가대표인 동생과 타기로 했다. 그러나 동생 노진규(22·한체대)는 뼈에 생기는 암인 골육종이 악화돼 수술대에 올랐다. 동생은 항암치료에 구토를 하면서도 누나가 제 기량을 발휘 못할까 “괜찮다”고만 했고, 누나는 그런 동생을 위해 “메달을 따겠다”고 약속했다. 첫 경기였던 9일 3000m에서 노선영은 4분19초02로 25위. 2010년 밴쿠버 때 세운 4분17초36보다 떨어졌다. 당시 그는 “감기 등으로 아파 훈련을 제대로 못했다. 1500m에선 아픈 동생의 몫까지 뛰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최선을 다한 누나를 동생은 응원했다. 9일 노선영이 출전한 경기를 생중계하지 않자 “누나는 보여주지도 않네…”라는 트위터 글을 올렸다. 그런 동생을 위해 누나는 안 될 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달렸다. 결과는 마음처럼 되지 않았지만 두 남매를 연결하는 끈은 정감이 넘친다.
남자 쇼트트랙의 기대주 노진규와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노선영은 남다른 우애로 유명하다. 동생은 2011 월드컵 시리즈 11개 대회 연속 우승을 해내기도 했고, 누나는 2011년 겨울아시안게임 여자부 1500m에서 은메달을 땄다. 동생에 견줘서는 관심을 덜 받았지만, 노진규는 늘 누나가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누나는 아플 때 진통제를 먹어가며 스케이트를 타는 동생을 보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골육종의 완치율은 60~70%로 알려진다. 최근 퇴원한 노진규는 6~8개월간 항암 치료를 하며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노진규는 4년 뒤 평창에서 웃겠다며 힘든 상황을 희망으로 견뎌내고 있다. 그런 동생에게 힘을 주기 위해 노선영이 다시 스케이트화 끈을 조인다. 21일 밤 11시23분 팀 추월 여자부에서 다시 한번 동생과 약속한 메달에 도전한다. 노선영은 “동료들과 작전이나 순서 얘기를 하면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팀 추월은 메달 가능성도 있다. 남은 기간 준비 잘하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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