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겨울올림픽
눈물이 흐른다. 눈물은 복합적인 감정의 표현이다. 기쁨의 눈물, 슬픔의 눈물, 고통의 눈물, 아쉬움의 눈물… 올림픽 무대에는 다양한 눈물이 흐르고 흐른다.
한국 컬링 여자대표팀은 16일(한국시각) 덴마크에 패해 4강 진출의 마지막 불씨가 꺼진 뒤 눈시울을 붉힌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승자와 패자, 성공과 실패가 갈릴 수밖에 없는 스포츠의 세계에서 패배의 아픔은 누가 대신 짊어질 수 없다.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다른 선수에 걸려 넘어져 꼴찌로 결승선을 통과한 박승희(화성시청), 막판 역전을 허용해 아쉽게 여자 1500m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친 심석희(세화여고)도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승자의 뜨거운 눈물도 있다.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는 15일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금메달을 딴 뒤 눈물을 흘렸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2연패를 한 이상화(서울시청)도 시상대 꼭대기에서 눈가를 훔쳐야 했다.
하지만 이들의 눈물은 기쁨과 슬픔으로 갈릴 만큼 단순하지 않다. 이상화는 “1차 레이스가 끝나고 잠시 자전거를 타면서도 눈물이 났다”고 했다. 2차 레이스를 앞두고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빙속여제’는 눈물을 흘렸다. 그는 “그동안 내가 해온 것들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고 했다. 지난 4년의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과 인내, 고통이 있었을까? 안현수도 “(토리노올림픽 뒤) 지난 8년간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눈물”이라고 했다. 이들의 눈물에 많은 이들이 감동을 받는 이유는 바로 그 시간들의 느낌이 간접적으로나마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치 없는 눈물은 없다. 그 눈물은 결과나 승패가 아니라 올림픽이란 무대에 서기까지 이들이 보낸 시간을 설명하기 때문이다. “동메달을 딴 기쁨이 더 크다”고 말하는 박승희와,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컬링 여자 대표팀의 눈물은 결코 패자의 것이 아니기에 그 자체로 값지고 귀하다.
허승 기자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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