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테르모르스
빙속 여자 1500m 우승
“쇼트트랙이 주종목인데
말도 안 되는 일 일어나”
빙속 여자 1500m 우승
“쇼트트랙이 주종목인데
말도 안 되는 일 일어나”
17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2014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에서 네덜란드의 요린 테르모르스(25), 이레너 뷔스트(28), 로터 판베이크(23)가 금·은·동메달을 싹쓸이했다. 남자 500m와 5000m에 이은 3번째 독식이다. 금메달리스트 테르모르스는 1분53초51의 올림픽 신기록도 세웠다.
신흥 스케이팅 강국 네덜란드의 질주가 멈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스피드스케이팅 1500m 챔피언 테르모르스가 쇼트트랙 선수로 ‘두 탕’을 뛰고 있어 놀라움을 더하고 있다. 쇼트트랙을 하다가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업하는 선수는 많지만 이렇게 ‘겸업’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다. 빙상강국인 네덜란드에서 롱트랙과 쇼트트랙 국가대표로 동시에 뽑혔다는 점도 비범한 능력이다.
그러나 테르모르스의 쇼트트랙 성적은 신통찮다. 지난 15일 열린 쇼트트랙 1500m에서는 결승에 올라 한국의 심석희 등과 레이스를 펼쳤으나 4위로 경기를 마쳤다. 11일 열린 쇼트트랙 500m에서는 결승 진출에 실패해 6위에 그쳤다. 지금까지의 성적으로 보면 테르모르스는 쇼트트랙보다 롱트랙에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테르모르스는 쇼트트랙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테르모르스는 금메달을 딴 뒤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이곳 롱트랙에서 금메달을 따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어이없어했다. 그는 “지난주 화요일에 이곳 롱트랙에서는 두 번 정도 연습했고, 내 훈련의 대부분은 쇼트트랙에서 이뤄졌다. 나는 4년 동안 작은 트랙에서 열심히 훈련했다. 내게 쇼트트랙이 더 맞는 이유”라고 말했다. 테르모르스의 코치인 예룬 오터르는 <에이피>(AP)와의 인터뷰에서 “테르모르스는 롱트랙에서의 금메달보다 쇼트트랙에서의 동메달을 더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르모르스는 18일 쇼트트랙 1000m 경기에 출전한다. 만약 메달을 딴다면 한 올림픽에서 롱트랙·쇼트트랙 메달을 동시에 따는 전무후무한 역사를 쓰게 된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