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올림픽 첫 ‘2개국적 금메달’
“운동 너무 하고 싶어서 귀화
선택 틀리지 않았음 보여줘”
경기뒤 신다운 안으며 격려
시상때 러시아국가 따라불러
“운동 너무 하고 싶어서 귀화
선택 틀리지 않았음 보여줘”
경기뒤 신다운 안으며 격려
시상때 러시아국가 따라불러
그는 안현수였지만 안현수가 아니었다. 시상대에 선 빅토르 안(29)은 러시아 국가가 울려퍼지자 조용히 따라부르며 올림픽 무대 8년 만의 금메달 감격을 만끽했다. 메달 플라자에 나온 러시아 사람들도 국기를 흔들고 춤을 추며 좋아했다. “마지막에 결승선을 들어올 때는 아무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머리가 하얘졌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뻤다.” 공식 기자회견장에선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 8년 만에 금…‘황제’의 귀환 15일 오후(현지시각)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베르크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 2011년 한국 국적을 버리고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이 1분25초325로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6 토리노 겨울올림픽 남자 1000m, 1500m, 5000m 계주에서 우승해 3관왕을 달성한 이후 8년 만의 금메달이었다. 당시 500m 동메달과 이번 소치 1500m 동메달까지 합하면 6번째 메달. 겨울올림픽 역사상 2개 국적으로 각각 금메달을 차지한 역대 최초의 선수가 됐다. 이날만 특별히 마련된 ‘운석’ 금메달이었기에 기쁨은 더했다.
빅토르 안은 이날 노련한 레이스 운영으로 쇼트트랙 황제다운 면모도 유감없이 보여줬다. 2바퀴까지는 중국의 우다징 등 5명 중 4위에 자리잡으며 상대를 살피더니 3바퀴째 들어 폭발적인 질주로 외곽으로 치고 나가더니 금방 1위로 나섰고 여전히 건재한 체력과 지구력으로 선두 자리를 지켰다. 그는 결승선 통과 뒤 두 팔을 뻗어 포효한 뒤 곧바로 러시아 코치 쪽으로 달려가 그와 껴안고 좋아했다. 이어 빙판에 머리를 대고 잠시 뭔가 생각하더니 빙판에 키스를 한 뒤 은메달을 딴 러시아 동료 블라디미르 그리고리예프(1분25초399)와 트랙을 돌며 홈팬들의 환호에 답했다.
■ “러시아행 틀리지 않았다” 빅토르 안은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서 이 자리가 너무 기쁘고 의미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도 무릎에 통증이 있다. 하지만 나 자신을 믿고 편한 마음으로 즐기자고 다짐했던 게 이렇게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했다. 흘린 눈물의 의미에 대해선 “첫날 1500m에서 동메달을 따고도 눈물이 나는 걸 이를 악물고 참았다. 꼭 금메달 따고 이 기쁨을 누려보자고 생각했다. 나도 모르게 8년 동안 이거 하나 바라보면서 운동했던 힘든 시간들이 생각났다.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 보답을 받았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던 것 같다”고 답했다.
■ 신다운 안아주며 “잘해라” 빅토르 안은 경기 뒤 결승에서 메달 경쟁을 벌인 한국의 후배 신다운(21·서울시청)을 안아주며 격려도 했다. “승부를 떠나서 한국 후배들도 많이 힘들었을 거라 생각한다. 너무 수고했고, 고생했다. 목표인 금메달을 위해 경쟁하는 거지, 밖에 나와서 누구를 미워하고 원망하고 이런 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후배들이 남은 경기 집중해서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신다운은 이날 한차례 선두권으로 치고 나갔지만 곧바로 따라잡혀 레이스 내내 중위권에 머물다 네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나마 이마저 반칙 판정을 받으면서 순위에도 들지 못했다. 이한빈(26·성남시청)은 준결승에서 다른 선수와 부딪치는 과정에서 반칙 판정을 받아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소치/허승 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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