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빈이 15일(현지시각) 열린 2014 소치 겨울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경기를 마친 뒤 만족스러운 듯 환호하고 있다. 소치/AFP 연합뉴스
소치 겨울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최종 16위
썰매종목 역대 최고 성적
“경험 더 쌓아 평창선 메달”
남자 스켈레톤 최종 16위
썰매종목 역대 최고 성적
“경험 더 쌓아 평창선 메달”
순간 시속 120km의 속도로 내리막 얼음 통로를 질주한다. 고개를 들 수 없다. 고개를 들면 공기 저항이 커져 속도가 느려진다. 최고 속도에서는 5G(평소 중력의 5배)의 중력가속도가 온몸을 압박한다. 믿을 것이라곤 담대한 용기와 엎드려 탄 썰매에 대한 믿음뿐이다.
윤성빈(20·한국체대)이 15일(현지시각) 러시아 소치 산키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겨울올림픽 남자 스켈레톤에서 1~4차 레이스 합계 3분49초57의 기록으로 16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의 역대 가장 좋은 기록이다. 앞서 강광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부회장이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각각 20위와 23위에 올랐고, 조인호 현 대표팀 감독이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22위를 했다. 윤성빈의 성적은 썰매 세 종목(봅슬레이, 루지, 스켈레톤)을 통틀어서도 최고 성적이다. 2010년 밴쿠버 때 봅슬레이 4인승 19위가 썰매 종목의 최고 성적이었다.
이전 어떤 종목에서도 선수 생활을 한 적이 없는 윤성빈이 입문 1년6개월 만에 거둔 성적이다. 올림픽을 위해 지난해 75㎏이던 체중을 87㎏까지 불리며 집념을 불태웠다. 신림고 시절 제자리에서 뛰어올라 농구 골대를 두 손으로 잡을 수 있었을 만큼 순발력을 갖고 있음을 발견한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스켈레톤에 입문했다.
윤성빈은 이번 대회에서 4초65~4초72의 스타트 기록을 세웠는데, 출발에서 윤성빈의 4초65보다 빠른 선수는 4명밖에 없었다. 기록의 80%가 스타트에서 좌우되는 썰매 종목이기에 세계 정상으로 도약할 기본기는 갖춘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노련한 조종술.
윤성빈은 경기 뒤 “스타트가 좋은 편이지만 이를 마지막까지 끌고 가는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 지금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나의 격차는 경험”이라고 진단했다. 또 “4차 시기에서 욕심이 생겨서 11번 코너에서 살짝 벽에 부딪히며 가속도를 유지하려고 했는데 썰매가 옆으로 들어가며 흔들렸다. 실수를 했는데 4년이면 차이를 메울 수 있다”며 2018 평창을 향한 각오를 밝혔다.
내년 겨울엔 평창의 슬라이딩센터가 완성된다. 강광배 부회장은 “썰매 종목은 개최국에서 메달리스트가 나오곤 한다”며 “주최국의 이점이 윤성빈에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성빈은 경기용 신발 뒤축에 ‘보고 있나’라는 네 글자를 새겨 놓았다. 스스로에 대한 강한 다짐이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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