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아쉬움이 가시지 않는 듯 심석희(17·세화여고)는 한참 동안 전광판에서 반복되는 리플레이 영상을 바라봤다. 중국의 저우양이 빨간 중국 국기를 흔들며 기쁨을 만끽하고 빙판을 빠져나간 지 한참 후에야 심석희는 마지막으로 힘없이 링크를 걸어 나왔다. 지난 시즌 시니어무대에 데뷔한 이후 두 시즌 동안 월드컵 무대에서 여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놓친 것은 한번뿐이었다. 올림픽을 치르기 전부터 여자 1500m는 심석희의 차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올림픽은 달랐다.
심석희가 15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베르크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2분19초239만에 결승선을 통과해 저우양(2분19초140)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저우양은 2010 밴쿠버올림픽에 이어 쇼트트랙 여자 1500m 2연패에 성공했다. 동메달은 이탈리아의 아리안나 폰타나(2분19초416)의 차지가 됐다. 심석희의 은메달은 여자 500m 박승희(22·화성시청)의 동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 쇼트트랙에 한국이 수확한 두 번째 메달이다.
김아랑(19·전주제일고)과 함께 결승에 진출한 심석희는 중반 이후 선두로 치고 올라가 결승선을 통과하기 3바퀴를 남겨두기까지 선두를 유지했지만, 막판 무섭게 치고 올라온 저우양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심석희는 마지막 바퀴에서 저우양을 추격했지만 끝내 뒤집지는 못했다. 심석희에 이어 여자 1500m 세계랭킹 2위인 김아랑도 금메달을 목표로 결승에 진출했지만, 레이스 도중 미끄러져 넘어지며 반칙 판정을 받아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경기가 끝난 뒤 심석희는 “처음에 경기가 끝난 뒤는 너무 아쉬웠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니까 지금은 메달을 딴 기쁨이 더 크다. 나에게는 값진 메달”이라고 말했다. 심석희는 “전체적인 경기 운영에 만족한다. 다만 마지막에 추월 당한 순간만큼은 아쉽다”고 말해 자신의 레이스에 대한 만족과 아쉬움을 동시에 표했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서 부담감은 없었는지 묻는 질문에 “심석희는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결승에 진출한 뒤는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했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결과가 따를 거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면서도 “밴쿠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저우양이 올림픽을 앞두고 경기력이 많이 올라온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심석희는 “이제 남은 경기에 집중해 좋은 결과를 얻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심석희는 이번 대회 여자 18일 열리는 3000m 계주와 21일 1000m에서 추가 메달을 노린다.
소치/허승 기자 rais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