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경기에 출전하는 모태범이 12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훈련을 하던 중 숨을 고르고 있다. 2014.2.12. 소치/연합뉴스
소치 겨울올림픽
‘아, 안 되네….’ 레이스가 끝난 뒤 모태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모태범(25·대한항공)이 12일(현지시각)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1분9초37의 기록으로 12위에 그쳤다. 이틀 전 남자 500m 경기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69초69의 기록으로 아쉽게 4위를 차지했던 모태범. 이날 굳은 의지로 결전에 나섰지만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금메달은 1분8초39 만에 결승선을 통과한 네덜란드의 33살 노장 스테판 흐로타위스에게 돌아갔다. 은메달은 캐나다의 데니 모리슨(1분8초43), 동메달은 네덜란드의 미헐 뮐더르(1분8초74)가 챙겼다. 역시 ‘오렌지 돌풍’이 몰아쳤다. 이로써 네덜란드는 이상화가 금메달을 딴 여자 500m를 제외한 이날까지의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을 석권했다.
초반부가 강한 모태범은 이날 600m까지 전력 질주해 최대한 차이를 벌린 뒤 남은 400m에서 버틴다는 전략으로 경기에 임했다. 모태범은 계획대로 빠른 스타트를 선보이며 초반 200m를 16초42 만에 돌파했다. 전체 40명의 선수 중 세번째로 좋은 기록이었다. 그러나 모태범은 더 이상의 고속 질주를 이어가지 못했다.
페이스가 떨어졌고, 결국 600m 구간을 41초91 만에 돌파한 뒤에는 1위 흐로타위스에게 0.98초 뒤진 1분9초37 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19조에서 같이 달린 미국의 브라이언 핸슨보다도 결승선에 늦게 들어온 모태범은 패배를 직감하고는 고개를 떨궜다.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이 종목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모태범은 이번 소치올림픽에서 내심 정상을 노렸다. 하지만 경쟁자들은 강했고, 금메달은 너무 멀리 있었다. 모태범은 밴쿠버올림픽 500m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내며 단거리 스프린터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평소 “500m보다는 내 주종목인 1000m에서 꼭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싶다”며 1000m 종목에 욕심을 보여왔다. 모태범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도 장거리 훈련을 병행하며 500m보다는 1000m를 염두에 둔 준비를 했다.
밴쿠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1000m 세계기록(1분6초42) 보유자인 샤니 데이비스(32·미국)도 이 종목 올림픽 3연패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데이비스는 이번 시즌 네번의 월드컵 대회에서 금메달을 세번 목에 거는 등 이 종목 최강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이날 1분9초12의 기록으로 8위에 머물렀다.
소치/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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