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는 11일(현지 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74초70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소치/연합뉴스
낮은 빙질·해수면 고도에도 불구
12년만에 올림픽 기록 갈아치우며
빙상 500m 2연패 ‘대업’ 달성하자
외신·경쟁선수들 일제히 감탄
미국방송 “스스로 최고임을 입증”
12년만에 올림픽 기록 갈아치우며
빙상 500m 2연패 ‘대업’ 달성하자
외신·경쟁선수들 일제히 감탄
미국방송 “스스로 최고임을 입증”
“이상화는 우사인 볼트 같았다.”(은메달리스트 올가 팟쿨리나)
“그를 이기는 방법은 그가 실수하는 것뿐이다”(동메달리스트 마르곳 부르)
“그의 기술은 완벽했다.”(전 ‘빙속 여제’ 예니 볼프)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가 아시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는 처음으로 여자 500m에서 올림픽 2연패의 금자탑을 쌓은 11일 저녁(현지시각). 그의 아성에 도전했던 라이벌들은 이런 말로 새로운 대관식을 가진 여제한테 고개를 숙였다.
이상화의 외국인 코치 케빈 크로켓은 “그동안 올림픽 신기록은 높은 고도의 경기장에서 나왔는데, 소치 같은 해수면 고도의 빙상장에서 올림픽기록을 경신한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상화는 진정한 챔피언”이라고 치켜세웠다. 미국 <엔비시>(NBC) 스포츠도 “이상화는 스스로 최고의 여자 스케이터임을 입증했다. 해수면 높이의 경기장에서 나온 기록으로는 놀라운 것”이라고 했다.
36초36의 경이로운 세계기록 보유자인 이상화. 애초부터 그의 적수는 없었고, 그는 스스로 한 수준 높은 다른 클래스의 선수임을 입증했다. 이날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74초70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건 이상화. 그는 이제 빙속 여제를 넘어 전설이 됐다.
■ 악조건 속 12년 만의 올림픽기록 경신 이번 대회는 빙질이 좋지 않은 등 선수들에게 최적의 조건은 아니었다. 34명 출전 선수 중 대부분이 자신의 최고기록에 못 미쳤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이상화는 완벽한 레이스로 2002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때 카트리오나 르메이 돈(캐나다)이 작성한 올림픽기록을 12년 만에 갈아치웠다. 2차 시기 37초28, 합계 74초70은, 앞서 올림픽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르메이 돈의 대기록(37초30, 74초75)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이상화 이전에 여자 500m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선수는 미국의 보니 블레어(1988·1992·1994년)와 르메이 돈(1998·2002년)뿐이다.
이상화는 지난해 국제빙상경기연맹(FIS) 월드컵 시리즈에서 무려 4차례나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당대 최고의 여자스프린터임을 보여줬다. 2013~2014 시즌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출전하지 않은 1개 레이스를 빼고 7번 연속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이번에 자신의 최고기록에는 못 미쳤지만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때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세운 기록(76초09)을 1초39나 앞당겼다. 이번에 은메달을 차지한 러시아의 ‘신성’ 올가 팟쿨리나(24)보다 무려 0.36초 차이가 나는 완벽한 우승이었다. 4년 전 밴쿠버 때 예니 볼프(35·독일)한테 0.05초의 근소한 차이로 금메달을 차지한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일 정도로 클래스가 높아졌다.
■ 완벽한 기술과 최적의 몸 이상화는 4년 전 밴쿠버 때에 비해 더 완벽해진 기술과 최적의 몸 상태로 2연패의 쾌거를 이뤄냈다. “밴쿠버 때 금메달을 따긴 했지만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이상화는 완전 다른 선수다. 스트로크 때도 옆으로 끝까지 밀면서 굉장히 안정적이다. 예전에는 날을 옆으로 밀어야 하는데 급하면 스케이트를 앞뒤로 움직여서 흔들었다. 지금은 그런 모습이 안 나온다. 흠을 찾기 힘들다. 자세도 완전히 낮아져 안정적 레이스를 펼친다.” 김관규 대한빙상경기연맹 전무는 최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몸도 4년 전에 비해 단거리 선수에 맞게 더욱 좋아졌다. 송홍선 한국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단거리에서는 허벅지보다 엉덩이 근육이 더 중요한데, 이상화의 질주를 보면 오리궁둥이 모습을 하고 있다. 그것이 스피드 향상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체중이 줄면서 상대적 근력도 강해졌다. 앉은 채 역기를 드는 ‘스쾃’에서 2012년 63.2㎏의 몸무게로 170㎏을 들었는데 60㎏ 체중으로 같은 양을 들었다. 지난여름 내내 이상화는 평지와 오르막길로 구성된 8㎞ 산악코스를 자전거로 달리며 체력을 키웠다. 170㎏의 역기를 들며 스쾃 운동도 했다. 이것이 그를 더욱 빠르고 강하게 만들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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