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고도 4m…해수면과 거의 같아
기압 높고 공기밀도 커 속도 못 내
기압 높고 공기밀도 커 속도 못 내
이상화는 이번 소치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초42와 37초28을 기록했다. 자신의 최고기록인 36초36과는 1초 정도 차이가 난다. 그러나 기록이 저조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이상화 기록의 비밀은 ‘고도’에 있다.
겨울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러시아 소치의 해발고도는 4m다. 해수면과 거의 차이가 없는 저지대다. 고도가 낮으면 기압이 높아지고 공기밀도가 커진다. 선수들은 만만치 않은 공기저항에 직면한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속도를 내는 데 악조건을 갖춘 땅이 바로 소치다.
그러나 이상화는 되레 악조건을 뚫고 진화했다. 지난해 3월 소치에서 열린 세계단거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이상화의 기록은 37초69였다. 1년 뒤 같은 장소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이상화는 0.31초를 단축한 것이다.
12년 만에 새로 쓴 올림픽 기록도 경이적이다. 앞선 올림픽 기록(37초30, 합계 74초75)은 캐나다의 카트리오나 르메이 돈이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세운 것이다. 솔트레이크시티의 고도는 1228m로, 소치보다 공기저항이 훨씬 약하다. 이상화는 소치의 강력한 공기벽을 뚫고 철옹성 같았던 올림픽 기록을 깨뜨린 것이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케빈 크로킷 코치는 <에이피>(AP)와의 인터뷰에서 “이전 올림픽 기록은 고도나 빙질, 모든 측면에서 좋은 조건에서 작성됐다. (이상화의 이번 올림픽 기록은) 평균 고도에 있는 경기장에서 가능하다. 그래서 이번 기록이 대단한 것”이라고 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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