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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달린 성은령 “그래도 기분 짱”

등록 2014-02-12 19:36수정 2014-02-12 22:40

루지 여자 1인승 31명 중 29위
“정말 설레…실수 없이 완주”
응원단 없었지만 활짝 웃어
이상화의 올림픽 2연패에 환호가 쏟아지던 그 순간, 루지 여자 1인승의 성은령(22·용인대)도 4차에 걸친 레이스를 실수 없이 마쳤다. 빙상장의 ‘이상화 열기’와는 달리 대한루지경기연맹 관계자만이 태극기를 들고 응원했지만 성은령의 기분은 짜릿했다.

성은령은 12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산키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루지 여자 1인승 4차 레이스에서 52초124를 기록했고, 1~4차 합계 3분28초743으로 31명 중 29위를 차지했다. 목표였던 20위권 진입은 못 했다. 1위 나탈리 가이젠베르거(독일)의 3분19초768과 차이가 난다. 하지만 완주한 성은령은 활짝 웃었다. 카메라를 향해 손을 들고 밝게 웃는 모습에 누리꾼들이 블로그 등에 경기 장면을 올리며 응원했다. 성은령은 “많이 떨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설레었다. 실수 없이 완주해서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또 “더 노력해서 루지를 스케이트처럼 인기종목으로 만들고 싶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한국은 1998년 나가노부터 2010년 밴쿠버 올림픽까지 남자부에서는 출전자를 냈지만 여자 1인승에 출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대로 된 훈련장도 없고 미개척지여서 준비과정부터 만만치 않았다. 아스팔트에서 바퀴 달린 썰매를 탔다. 봅슬레이와 달리 보호벽이나 제동장치도 없는 썰매 하나에 몸을 맡기고 아스팔트를 트랙 삼아 내려오니 전복 사고는 다반사였다. 성은령의 몸 곳곳 상처는 이제 문신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는 “부딪히고 뒤집어지고 사고가 많이 난다. 부담감과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속도를 위해 하루 6끼를 먹는 체중과의 전쟁도 벌였다. 그렇게 10㎏을 찌운 게 58㎏. “68㎏을 목표로 쉼 없이 먹었다”고 했지만 고된 훈련에 살이 자꾸 빠져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여인성 <한국방송> 해설위원은 “이번 경기에서는 가속도를 위해 10㎏의 납조끼를 입고 나섰다”고 했다.

무시를 당한 적도 있다. 2년 전 독일의 한 대회에서는 주최 쪽에서 “선수의 안전을 위해”라는 구실로 한국팀에 출전하지 말라고 권하기도 했다. 한국 선수들의 실력이 떨어진다는 이유가 진짜 배경이었을 것이다. 1~2분 간격으로 레이스가 진행되는 루지는 한번 넘어지면 10분 이상 경기가 지연되어 오히려 방해가 된다. 임순길 대한루지연맹 전무이사는 “장비도 안 좋고 실력도 떨어지다 보니 대놓고 그러진 않지만 외국 선수들이 무시하고 비웃곤 했다. 한국팀이 설움도 받았는데 당당하게 올림픽에 출전하는 걸 보니 기쁘다”고 했다.

최고 시속 140㎞ 정도로 얼음 트랙을 맨몸으로 내려오는 루지는 위험하다. 그런데도 대학 재학 때인 2011년 뒤늦게 루지에 입문해, 그해 아시안컵에서 여자 1인승 주니어 부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정도로 감각을 타고났다. 2012 세계대회와 월드컵 계주 부문에서 연이어 10위에 들었다. 임 전무이사는 “기복이 없고 코스 적응력이 뛰어나다. 2018 평창올림픽에선 일을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성은령은 14일 새벽 1시15분 열리는 단체전에 출전한다. 그는 “평창에서 여자 선수로 아시아 최고 기록을 내고 메달도 따겠다”며 자신의 첫 올림픽 두번째 도전을 위해 오늘도 썰매에 몸을 실었다.

남지은 기자, 소치/허승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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