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2014]
미국의 봅슬레이 선수를 가둬버린 욕실과 승강기,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누런 녹물, 칸막이가 없는 화장실 등 연일 소치올림픽의 부정적인 면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이전의 올림픽과 비교해서 이번 소치올림픽의 시설이 미비하고 준비가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지난해 가을 미디어 숙소 예약을 끝내고 숙박비까지 지급했지만, 현지에 도착했을 때 방 배정도 돼 있지 않아, 새벽 늦게까지 호텔 로비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어렵게 들어간 숙소도 비품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고 심지어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초반에 어수선했던 미디어 숙소도 곧 정돈됐고, 선수들도 큰 불편함 없이 대회에 임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대표팀의 이보라(28·동두천시청) 선수는 “언론을 통해 보면 난리던데 우리는 큰 불편함 없이 편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산악 클러스터에 있는 썰매와 스키 종목 선수들 역시 비슷한 반응입니다.
경기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상 밖의 따뜻한 날씨 탓에 눈이 녹아 설상 종목에서 차질이 발생하긴 했지만 준비 부족이라기보다는 날씨 탓이죠. 지난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 도중 정빙기가 고장 나 중간에 경기 시간이 30분 넘게 지연되는 등 많은 선수들이 피해를 본 것과 비교하면 이번 소치올림픽은 훌륭한 편입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러시아 국민들의 애정입니다. 자국에서 열린 지구촌 최대의 겨울 축제를 즐기기 위해 러시아 동쪽 끝 캄차카반도에서 찾아온 관중도 있었습니다. 이런 관중들의 열기 덕분에 소치올림픽이 더 활기차 보입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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