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 투구 뒤 고함 외치며 소통
‘헐=빡빡 문질러’ ‘워=속도 줄여라’
‘헐=빡빡 문질러’ ‘워=속도 줄여라’
한국 여자대표팀이 소치 겨울올림픽에 처음 출전해 데뷔전에서 일본을 꺾으며 단박에 인기종목이 된 컬링은 경기가 시끄럽다. 선수들은 자주 소리를 지르고, 온몸을 쓴다. 그런데 컬링이 시끄러운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컬링 경기장에는 얼음판과 스톤 간의 마찰력을 키우기 위해 ‘페블’이라 불리는 작은 얼음알갱이를 뿌려놓는다. 그런데 브룸(빗자루)을 힘있게 문지르는 스위핑을 하면 순간적으로 얼음알갱이가 녹아 스톤이 잘 미끄러지거나 방향을 틀게 된다. 스위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스톤을 5m에서 10m까지 더 보낼 수 있다.
40m 떨어진 과녁에 오차 50㎝ 이내로 스톤을 보내기 위해 컬링 선수들은 20㎏의 스톤을 수천, 수만번 얼음판 위에 미끄러뜨리는 연습을 한다. 상대 스톤을 밖으로 밀어내야 하는 컬링 선수들은 소리를 지르며 목표한 지역에 스톤을 멈추기 위해 애를 쓴다.
출발점에서 스톤을 민 선수는 스톤의 방향과 속도를 보며 브룸을 들고 기다리는 두명의 동료에게 서너가지 고함을 지른다. ‘헐’은 영어 ‘허리’(hurry)의 준말로 ‘빨리, 빡빡 문질러’라는 뜻이다.
진행 방향의 얼음바닥을 세게 문지를수록 속도가 더 나고, 멀리 간다. ‘얍’은 스톤의 속도를 봐가며 강도를 줄이라는 뜻이고, ‘업’(up)은 문지르지 말고 브룸을 들고 기다리라는 뜻이다. ‘워, 워’는 기수가 말을 세울 때 내는 소리처럼 스톤의 속도를 줄이라는 주문이다.
스톤을 미는 선수는 투구 순간 손잡이를 미세하게 좌우로 돌려 회전을 준다. 스위핑을 세게 하면 회전력이 줄어든다. 선수들은 목표로 정한 상대 스톤의 타격 지점을 알리기 위해 ‘3분의 2’ 등을 외친다. 스톤이 멈추는 곳을 미리 약속해 ‘일곱, 여섯’ 등의 수치를 외치기도 한다.
컬링은 변수가 많다. 특히 경기장의 얼음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좋은 빙판의 온도는 영하 4도. 습도와 수소이온농도(pH)까지 따져야 한다. 여기에 점수 상황, 남은 엔드 수, 상대방의 전략, 선공인지 후공인지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구사하는 작전이 무수히 많다. 스위핑을 하면서 많은 땀을 흘린다. 2시간 반 정도의 경기 내내 고함을 지르면 목이 쉬기 마련이다.
김지선 등 한국 컬링대표팀은 12일(한국시각) 여자 컬링 예선 3차전에서 세계 1위 스웨덴에 4-7로 져 1승2패를 기록했다. 4엔드까지 2-1로 앞서는 등 대등하게 싸웠지만 5엔드에서 3점을 허용하며 역전당했다. 한국은 13일 자정 러시아와 맞붙는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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