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코스가 첫 코너의 궤적이 길기 때문에 당연히 인코스 선수가 앞서고 아웃코스 선수가 그 뒤를 따라 자리를 바꾸게 되지만, 이상화는 상식을 깨고 인코스의 브리타니 보위를 추월했다. 빨간색 원 안이 이상화. KBS 화면 갈무리
아웃코스가 첫 코너 궤적 길어 인코스가 앞서는 게 상식
아웃코스 이상화, 통념 깨고 첫 코너부터 미국 선수 추월
아웃코스 이상화, 통념 깨고 첫 코너부터 미국 선수 추월
스피드스케이팅 500m는 400m 트랙을 한 바퀴 조금 더 돈다. 2명이 각각 인코스와 아웃코스에서 출발하고 첫 코너를 돈 뒤 두 선수가 자리를 바꾼다. 아웃코스가 첫 코너의 궤적이 길기 때문에 당연히 인코스 선수가 앞서고 아웃코스 선수가 그 뒤를 따라 자리를 바꾸게 된다.
그러나 10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1차 레이스에 나선 이상화는 이런 ‘통념’을 간단히 깨버렸다. 아웃코스에서 힘차게 출발한 이상화는 첫 코너를 크게 돌고도 인코스의 브리타니 보위(미국)를 추월해버린 것이다.
보위는 500m 월드컵 랭킹 9위이고, 지난해 여자 1000m에서 우승한 경험도 있는 선수였지만 폭풍 질주하는 이상화를 첫 코너부터 따라가야 하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경기 전 이런 상황을 상정하고 약간의 우려도 있었다고 한다. 이상화가 첫 코너를 돌고 보위를 앞설 수도 있지만 이 때문에 자칫 코스를 바꾸면서 충돌할 수 있는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상화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정면 돌파를 택했고 올림픽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상화의 올림픽 2연패를 예약한 ‘결정적 순간’이었다.
이상화는 평소 아웃코스를 선호했다. 아웃코스에서 앞선 인코스 선수를 쫓아가면서 속도를 올리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코너부터 인코스 선수를 앞지른 이상화는 아웃코스의 이점도 포기한 질주를 해야 했다. 그래도 1차 레이스 37초42. 압도적인 1위였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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