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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상화…올림픽 2연패, 한국에 첫 금메달 선사

등록 2014-02-12 01:22수정 2014-02-12 11:59

90년 역사에 세번째 위업, 아시아 선수론 처음
2위보다 0.36초 앞서…12년 만에 기록 갱신도
우승을 확인한 순간,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이상화도 울컥했다. 참으려 해도 북받치듯 터져나오는 감정을 참지 못하는 듯 눈가는 촉촉이 젖었다. 그러고는 자신을 지도해준 케빈 크로켓(캐나다) 코치와 김형호 코치의 품에 달려가 안겼다. 조금 전까지 “러시아!”를 목이 떠나갈 듯이 외치던 홈 관중들도 ‘빙속여제’의 올림픽 2연패를 축하하기 위해 우레 같은 박수를 보냈다.

 ‘빙속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가 11일(현지시각)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74초70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2연패에 성공했다. 한 번 우승도 어려운 올림픽에서 2연패는 엄청난 성과다. 이상화 이전에 여자 500m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이는 90년 겨울올림픽 역사에서 미국의 보니 블레어(1988·1992·1994년)와 캐나다의 카트리오나 르메이 돈(1998·2002년)이 있을 뿐이다. 역대 3번째로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이상화는 스피드스케이팅의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이상화는 18조 아웃코스에서 뛴 1차 레이스에서 37초42 만에 결승선을 통과해 선두에 올라섰고, 2차 레이스에서는 마지막 17조 인코스로 출발해 37초28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러시아의 올가 팟쿨리나(75초06)가 은메달, 네덜란드의 마르곳 부르(75초48)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상화는 75초대의 2·3위와도 차이가 크게 났다.

이상화는 1차 레이스에서 첫발을 디딜 때 멈칫했음에도 첫 100m 구간을 10초33 만에 통과해 전체 36명의 선수 중 가장 빠른 스타트를 기록했다. 인코스에서 뛴 2차 레이스에서는 초반 100m 기록을 10초17까지 단축하며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이상화는 올림픽을 앞둔 지난달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게 더 어려운 일이라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도전자의 자리에서 출전한 4년 전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1인자’ 예니 볼프(35·독일)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건 이상화는 그 뒤 정상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에 한때 슬럼프에 빠졌다. 불면증까지 와서 심리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였다.

이상화는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데 급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멈추지 않고 발전했다. 이상화는 4년 전과 시상대 같은 자리에 섰지만 완전히 다른 선수가 돼 있었다. 밴쿠버 때 첫 100m에서 볼프(10초26)보다 0.08초 뒤진 10초34를 기록하는 등 스타트가 약점이었던 이상화는 세계에서 스타트가 가장 빠른 선수가 됐다. 이날 이상화는 1차 레이스에서 2위 팟쿨리나(37초57)보다 0.15초 앞섰는데 그중 0.13초가 초반 100m에서 벌린 차이였다. 2차 레이스에서도 팟쿨리나와의 격차 0.21초 중 0.18초를 첫 100m에 벌려놨다.

이상화는 자신을 정상의 자리로 이끈 폭발적인 스퍼트가 있음에도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한여름에 자전거에 타이어를 매달고 매일 산을 오르는 지옥훈련을 매일 반복했고, 스케이팅과 비슷한 근육을 사용하는 역도 훈련도 멈추지 않았다. 근육은 유지하면서 4년 전 65.6㎏이었던 체중을 62㎏까지 감량했다. 몸이 가벼워지자 상대 근력이 증가하면서 더 빠른 첫발을 내딛게 됐다. 스타트뿐만이 아니었다. 하체가 탄탄해지자 자세는 더 낮아지고 안정적이 됐다. 스타트부터 스퍼트까지 약점이 없는 선수가 됐다.

이상화는 경기 뒤 “2연패 도전에 부담이 많았는데 잘 이겨내 기분이 좋다. 올림픽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월드컵 경기라는 생각으로 달렸다”고 말했다. 울먹했던 것과 관련해서는, “힘들었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이상화는 “모태범과 이승훈 등 친구들이 메달을 못 따 속상했고 눈물이 많이 났다. 그러나 나는 내 레이스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그는 “2연패 해냈다. 지켜봐주고 응원해주신 팬들께 감사한다. 남은 1000m에서 열심히 할 테니 응원 많이 해달라”고 했다.

이날 함께 출전한 이보라(28·동두천시청)는 1·2차 합계 77초75로 20위에 올랐다. 78초23을 기록한 김현영(20·한국체대)은 24위, 78초31의 박승주(24·단국대)는 26위를 기록했다.

소치/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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