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선수 응원 열기, 2006년 토리노 3관왕 때보다 더 뜨거워
“빙상의 고질적 ‘파벌 싸움’이 그를 러시아 귀화로 내몰았다” 비판
“빙상의 고질적 ‘파벌 싸움’이 그를 러시아 귀화로 내몰았다” 비판
“안현수 멋지다. 정말 멋지다. 대견하다. ㅠㅠ 한국어로 기자회견하는 러시아 선수. 이 아픔을 내가 어찌 다 알겠냐만은 그래도 가슴이 찡해지네.”(트위터 계정 wo*******)
“회사 옆 식당에서 빅토르 안의 세미 파이널을 보는데 사람들이 거의 다 안현수를 응원했다. 슬프면서도 기쁜 이 묘한 기분. 동메달을 땄다. 축하한다.”(트위터 계정 hu********)
안현수가 10일(현지 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베르크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동메달을 따내자 한국의 온라인이 크게 요동쳤다. 한국은 11일까지 사흘째 ‘노메달’. 안현수가 아닌 빅토르 안이 되어, 태극기가 아닌 러시아 국기를 손에 든 그였지만, 누리꾼들은 복잡미묘한 심경 속에서도 비난보다는 “남은 경기에서 꼭 금메달을 따라”는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안현수에 대한 응원 열기는 그가 태극마크를 달고 2006년 토리노 올림픽 3관왕에 올랐을 때보다 한국 국적을 포기한 지금, 훨씬 더 뜨겁다. 경기가 열렸던 10일 한 남성 월간지가 실시한 설문조사(표본 250명)에서 10명 중 7명(69%)이 한국 선수가 아닌 안현수를 응원하겠다고 응답한 바 있다.
온라인에선 러시아로 귀화한 안 선수를 ‘매국노’라고 비난하는 일부 목소리도 있었지만, 대다수 누리꾼들은 “아무 죄 없는 안현수를 매국노라 하지말고 연맹이나 욕을 하라”(트위터 계정 in******)며 그를 옹호했다. 한국 빙상의 고질적인 ‘파벌 싸움’이 안현수를 러시아 귀화로 내몰았고, 그 결과가 한국의 노메달, 러시아의 동메달로 이어졌다는 비판이다. 누리꾼들은 “외국으로 귀화한 선수를 응원하는 희귀한 현상, 한국 빙상은 각성해야 한다”(트위터 계정 uD*********)는 의견을 내놓는가 하면, “잘 하는 선수에게 지원 끊고, 파벌 싸움 모른 체 하고, 다른 나라 갈 때 나몰라라 하다가 현재까지 쇼트트랙 노메달”을 만든 대한빙상경기연맹을 “대한민국빙신연맹”(트위터 계정 Re*********)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또 “두번 다시 정치꾼들의 희생양이 되는 운동선수가 있어서는 안 될 것”(트위터 계정 kj***********)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런 시각 때문인지, 안현수를 “기존의 관습과 악습과 싸우는 도전자”(트위터 계정 ze****)로 추켜세우며, 그의 동메달 획득이 “난 이렇게라도 (파벌싸움으로 자신을 희생양으로 만든) 너희들에 맞서 버틸거라”(트위터 계정 ac*******)는 의미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온라인에선 ‘안현수 현상’의 원인이 “국가가 내게 해준 게 없다는 젊은이들의 분노가 안현수 선수를 통해 터져 나온 것”이라는 곽금주 서울대 교수의 분석이 회자되기도 했다.
한편, 안현수의 동메달 소식이 전해진 뒤인 11일 오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누리집은 국내팬들의 항의성 접속 폭주로 한동안 서비스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기도 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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