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점프 국가대표 김현기가 9일(현지시각) 열린 남자 노멀힐 개인 1라운드에서 점프하고 있다. 소치/연합뉴스
소치 겨울올림픽
스키점프 김현기·최서우·최흥철
남자 노멀힐 최종라운드 못 올라
“기대 많이 했는데 너무 아쉬워”
라지힐·단체전서 재도약 기대
스키점프 김현기·최서우·최흥철
남자 노멀힐 최종라운드 못 올라
“기대 많이 했는데 너무 아쉬워”
라지힐·단체전서 재도약 기대
“어제 잘해서 기대했는데, 너무 아쉽네요.”
영화 <국가대표>의 모델인 한국 스키점프 대표팀의 김현기(31·하이원)는 진한 아쉬움에 깎아지른 점프대를 다시 봤다. 막 뛰어내렸던 노멀힐의 본선 1라운드 성적은 전체 50명 중 41위(109.2점). 30위 안에 들었다면 결선에 진출했겠지만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김현기는 “장비를 손질할 시간이 없어서 은근히 스트레스가 쌓인 것 같다”며 허허 웃었다. 출전 20여개국 가운데 장비담당 코치가 없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 스키점프 대표팀의 역대 최고 성적은 2002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때의 단체전 8위. 당시 무주 스키점프대 훈련으로 일군 기적은 2009년 영화 <국가대표>에 나왔다. 극의 모델들은 10년이 더 지나도 여전히 국가대표다. 국내의 스키점프 인구가 손꼽을 정도로 적기 때문이다.
10일 오전(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루스키예 고르키 스키점핑센터에서 열린 본선 1라운드에서 김현기는 92.5m를 날았다. 점프대 끝에서 시속 88.4㎞의 속도로 도약한 뒤 빨간 선으로 표시된 케이(K) 90m 포인트를 살짝 넘겨 착지하며 두 팔을 들고 중심을 잡았다. 관중석에서는 박수가 나왔지만, 이날 결선에서 103.5m를 난 금메달리스트 카밀 스토흐(폴란드)와는 격차가 있다. 10위 안에 들려면 98m 정도는 날아야 한다. 김현기는 하루 전 열린 예선에서는 96m를 뛰어 16위(114.4점)에 올랐던 만큼 실망이 더 컸다.
스키점프는 비행거리와 자세 두 부분의 점수를 합산해 순위가 결정되는데, 노멀힐은 90m를 기준으로 90m보다 0.5m씩 더 뛰면 기본점수에서 1점씩 점수가 더해지고, 반대로 거리가 모자랄 때는 0.5m마다 1점씩 감점된다. 또 5명의 심판이 20점 만점으로 자세를 평가한 뒤 최고와 최저점을 제외한 3명의 점수를 합산해 자세 점수를 준다. 이날 95m를 비행한 최서우(32·하이원)도 33위(116.2점)로 떨어졌고, 최흥철(33·하이원)은 109.1점으로 42위에 그쳤다.
이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처음 나간 게 1998년 나가노 대회 때다. 5번 연속으로 출전하면서 외국 선수들한테는 유명인사가 됐다. 능숙한 영어로 외국 기자들과 인터뷰도 잘한다. 그러나 국내의 스키점프대는 평창에 하나가 있을 뿐이다. 30대로 접어든 이들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최서우는 “20년 넘게 스키점프를 했지만 여전히 바람이 불면 무섭다.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길을 잘 닦아놓지 않는다면 후배들 역시 비포장도로를 가야 한다. 한국 스키점프의 개척자로서 우리에겐 그런 사명감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1년 전 독일 출신의 볼프강 하르트만 코치가 대표팀에 온 뒤로 더욱 의욕이 넘친다. 이들은 하르트만 코치의 계획대로 지도를 받는다면 4년 뒤 평창에서는 일을 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키 장비를 챙기던 김현기는 노멀힐 왼편의 라지힐 점프대를 힐끗 바라봤다. 그곳에서는 14~15일 라지힐 개인전과 17일 단체전 경기가 열린다. 아직 올림픽은 끝나지 않았고 이들의 도전도 끝나지 않았다. 소치/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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