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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동성애자 말고 금메달리스트로 보라

등록 2014-02-10 19:33수정 2014-02-11 09:26

소치 빙속 여자 3천m ‘금’ 뷔스트
“책을 읽으며 경기에 대한 부담을 떨치려고 했어요. 경기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았죠.”

네덜란드 언론 <더치뉴스>가 전한 그의 우승 소감은 담담했다. 9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에서 금메달을 딴 네덜란드의 이레인 뷔스트(28·사진)는 2014 소치겨울올림픽에 출전한 동성애자 선수로 주목받았다.

동성애자 선수의 올림픽 참가는 흔한 일이지만 소치에서는 다르다. 러시아는 지난해 6월 미성년자에게 동성애 선전을 금지하는 법안(반동성애법)을 통과시켜 시대착오적 판단이라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나라 대표들이 이 법에 반대해 8일 열린 개막식에 참가하지 않았고, 개막 당일 모스크바 도심 붉은광장에서는 반동성애법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을 경찰이 연행하는 등 소치올림픽 한편에선 또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뷔스트는 동성애자라고 특별한 관심을 받는 것조차 차별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도 같은 종목 1500m에서 금메달을 딴 그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스벤 크라머르(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선수)에게는 인간관계에 대해 묻지 않으면서 왜 내게는 묻느냐. 내가 남자와 사귀고 있었더라면 그런 질문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케이팅에 관한 얘기만 하고 싶다”고 잘라 말한 적이 있다. 이번 소치올림픽에서도 경기 뒤 동성애자 인권 문제와 관련된 발언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에이피>(AP) 통신 등 주요 언론도 그의 우승 소식을 전하면서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올림픽 참석 동성애자 중 한명
“스케이팅 이야기만 하고 싶어”
다른 선수도 무지개 장갑 끼고
실력으로 담담히 경기에 나서

동성애자 스포츠 사이트인 ‘아웃스포츠닷컴’ 등을 종합하면, 이번 올림픽에서 동성애자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선수는 스노보드의 헤릴 마스(네덜란드), 벨 브록호프(오스트레일리아) 등 모두 7명이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동성애를 반대하는 러시아에 저항하고 있다. 브록호프는 대회 전 “카메라가 내 모습을 잡을 때 손가락 6개를 펼치겠다”고 했다. 이는 올림픽헌장 6조(국적·인종·지역·종교·정치·성별의 정체성으로 인한 차별 금지)를 상징하는 행동이다. 마스는 6일 여자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예선에서 경기를 마친 뒤 카메라를 향해 동성애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무지개색 장갑을 내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강한 메시지보다 뷔스트의 실력 자체가 동성애자의 인권을 강조하는 데 더 큰 힘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뷔스트는 2006년 토리노올림픽 3000m 금메달을 시작으로 올림픽 3개 연속 금메달을 딴 네덜란드의 스포츠 스타다. 2010~2011 시즌 난소 종양으로 활동을 접었지만 그해 9월 수술 뒤 재기에 성공한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2011년 독일에서 열린 세계대회에서 1500m와 3000m에서 우승했고, 1000m와 팀추월에서도 2위에 올랐다. 소치에서도 1500m와 1000m에 출전한다.

오스트리아 스키점프 여자 선수 다니엘라 이라슈코슈톨츠는 <에이피>와의 인터뷰에서 “시위 등 올림픽 현장에서 법안에 항의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러시아의 반동성애 기류에 반대하려면 점프를 잘하면 될 것”이라며 실력으로 보여주자고 강조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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