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로드FC014 대회‘에서 윤형빈이 일본의 다카야 쓰쿠다에게 1라운드 TKO승을 거둔후 기뻐하고 있다. 2014.2.9 /연합뉴스
다카야, 경기 뒤 SNS 통해 한국 팬들의 격려에 감사 인사
누리꾼들 “주최측이 흥행 위해 친구를 악역으로 둔갑시켜”
“이긴 건 기쁘지만 마음에 걸린다” …‘반일 마케팅’에 비판
누리꾼들 “주최측이 흥행 위해 친구를 악역으로 둔갑시켜”
“이긴 건 기쁘지만 마음에 걸린다” …‘반일 마케팅’에 비판
개그맨 윤형빈(34)의 격투기 선수 데뷔전 승리 소식에 사이버 공간이 들썩이고 있다.
윤형빈이 지난 9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열린 ‘로드FC 14’ 특별 경기에서 일본의 다카야 쓰쿠다(23)를 상대로 TKO 승을 거둔 다음날인 10일 누리꾼들은 “(윤형빈이) 왕비호에서 왕호감이 됐다”며 환호했다. 누리꾼들은 윤형빈이 1라운드 종료 40초를 남기고 다카야에게 날린 그림 같은 카운터 펀치 장면을 닮은 만화 속 장면들을 트위터 등에 게시하며 윤형빈을 칭찬하는 글들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친 ‘반일 마케팅’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개그맨 윤형빈의 격투기 선수 데뷔는 ‘한-일 간 자존심을 건 대결’로 비쳐지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윤형빈이 “일본 예능인들의 올바르지 못한 태도에 대해 분개한 마음 때문에” 종합격투기 프로 선수로 입문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윤형빈을 분개하게 만든 것은 2011년 7월 여자 격투기 선수 임수정이 일본의 한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여러명의 남자 코미디언들과 불공정한 성 대결을 벌이다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은 사건이었다. 이 때문에 윤형빈의 프로 데뷔전은 ‘임수정 설욕전’이자 한-일 간 자존심 대결로 주목받았다.
특히 윤형빈과 맞붙게 된 다카야 쓰쿠다가 ‘극우 성향’의 파이터로 소개되면서, 누리꾼들의 경기 관전 포인트는 한-일간 자존심 대결 쪽으로 급속히 기울었다. 다카야 선수가 윤형빈과의 대결이 확정된 뒤,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상대가 연예인이라는데 종합격투기를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닌가. 한국인에게는 질 수 없다. 일본인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도발한 것이 누리꾼들의 공분을 산 것이다. 윤형빈도 이에 “나 역시 마찬가지로 일본 선수에게 절대로 질 수 없다”고 맞받아치면서 한-일 간 대결 구도가 굳어졌다. 이후 다카야의 SNS에는 한국을 비하했다는 항의성 메세지가 잇따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주최 단체인 로드FC 쪽이 무명의 일본 선수인 다카야 쓰쿠다를 불려들여 지나치게 악역으로 몰아붙이며 반일 감정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격투기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다카야 쓰쿠다는 지한파이며 주최측 요청으로 우익 캐릭터를 연기한 것 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일부 격투기 관계자들은 이런 점이 괘씸해 오히려 다카야 쓰쿠다를 응원한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이에 경기 직후 인터넷에는 “임수정 선수와 전혀 상관도 없는 어린 선수를 데려다 놓은 로드 FC의 치졸함에 화가 난다”, “돈과 흥행을 위해 친한파 친구를 아베로 둔갑시킨 자본주의의 추악함을 보여준 경기”, “이긴 건 기쁘지만 마음에 걸린다”는 반응들이 나오기도 했다.
극우 성향 논란과 관련해 다카야는 지난 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윤형빈과의 경기를 제의받았을 때 한국의 유명한 개그맨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흥행을 위해 취미로 운동하는 연예인을 기용해서 나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의도로 알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의 개그맨에게는 질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한국 팬들은 내가 한국인을 비하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다카야는 윤형빈에게 패배한 직후인 10일 새벽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대한민국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한국 팬들의 격려에 감사를 표했다. 경기 후 정정당당했던 경기에 대한 한국 팬들의 격려와 응원글이 빗발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그는 “친구 신청이나 메시지 모두 기쁩니다”라고 한국인들의 성원에 다시 한번 감사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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