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이 2014 소치겨울올림픽 개막일인 7일(현지시각)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 아들레르 아레나 스케이팅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소치/연합뉴스
[소치 2014]
이승훈, 오늘밤 빙속 5000m 출전
쇼트트랙 출신답게 코너 잘 돌아
25번의 곡선주로가 승부 가를 듯
최강 크라머르에게 스타트 뒤져
후반부 스퍼트 폭발 여부 관건
이승훈, 오늘밤 빙속 5000m 출전
쇼트트랙 출신답게 코너 잘 돌아
25번의 곡선주로가 승부 가를 듯
최강 크라머르에게 스타트 뒤져
후반부 스퍼트 폭발 여부 관건
첫 메달, 과연 색깔은?
‘빙속 3총사’ 가운데 한 명인 이승훈(26·대한항공)이 8일 저녁 8시30분(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 스케이팅센터에서 열리는 남자 5000m에서 한국팀의 첫 메달에 도전한다. 조추첨 결과 이승훈은 마지막 13번째조 아웃코스에서 시작한다. 이 경기는 2014 소치겨울올림픽 초반 한국 대표팀의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 경기다. 18일, 22일 남자 1만m와 팀추월 경기까지 세 종목에 출전하는 이승훈은 “첫번째 경기인 5000m의 결과에 따라 남은 두 종목을 얼마나 기분좋게 준비할 수 있느냐가 결정된다”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2010 밴쿠버올림픽 당시 이승훈은 6분16초95의 기록으로 세계 최강자 스벤 크라머르(28·네덜란드·6분14초60)의 뒤를 이어 은메달을 따냈다. 4년이 지난 2014년 소치 무대에서도 이승훈은 세계랭킹 1위인 크라머르, 2위 요릿 베르흐스마(28·네덜란드)와 메달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체력과 근지구력이 필요한 장거리 선수에 걸맞게 크라머르(185㎝)와 베르흐스마(190㎝)는 거구의 체격이다. 반면 이승훈의 신장은 177㎝로 큰 편이 아니다. 그러나 4년 전 밴쿠버에서 5000m 은, 1만m 금으로 체격조건이 불리한 동양 선수에게는 ‘불가침의 영역’ 같았던 장거리에서 이변을 일으켰다.
쇼트트랙 선수 출신에서 스피드로 전향한 이승훈은 체격조건의 열세를 기술과 막판 스퍼트로 만회할 계획이다. 400m 트랙 12바퀴 반을 도는 5000m에서는 총 25번 코너를 돌아야 하는 만큼, 코너를 에너지 손실 없이 빠르게 도는 게 중요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 박종명 사무국장은 “비시즌 스피드 선수들은 태릉에서 지상 체력훈련과 쇼트트랙 훈련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승훈은 지난달 22일 아예 쇼트트랙 대표팀의 프랑스 전지훈련장에 합류해 일주일가량 함께 훈련했다. 이승훈은 당시 “나의 강점은 코너워크에 있다. 그것을 더 가다듬기 위해서 승부수를 던졌다”고 말했다.
막판 마지막 남은 힘을 폭발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김관규 빙상경기연맹 전무이사는 “마지막 두바퀴 싸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까지 속도를 유지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은 정상급 선수 중 출발 초반부 기록이 나쁘다. 대신 레이스를 진행하면서 점점 속도를 끌어올리는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다. 밴쿠버 때도 첫 200m 구간에서 19초18을 기록해 금메달을 딴 크라머르(17초98)와 동메달을 딴 러시아의 이반 스코브레프(18초35)에 비해 스타트가 늦었다. 하지만 마지막 세바퀴에서는 29초51, 29초54, 29초26을 찍으며 경쟁자들보다 1초가량 빠른 랩타임을 기록했다.
이승훈은 2013~2014 시즌에는 막판 스퍼트에서 뚜렷한 강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3번의 월드컵 대회에서 전부 마지막 바퀴에서 가장 느린 랩타임을 기록했다. 김관규 전무이사는 “마지막 한바퀴라고 하면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미 몸이 지친 상태에서 이제 끝났다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힘이 풀리게 마련이다. 내가 선수 시절에도 많이 느꼈는데 막판 스퍼트는 단순히 의지로 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승훈은 해발 1800m 고지대에서 진행된 지난달 쇼트트랙 전지훈련에서 엄청난 훈련량으로 트랙을 돌았다. 산소가 희박한 고지대에서 맹훈련을 통해 심폐기능과 체력을 끌어올리려 노력했다. 이승훈은 밴쿠버올림픽 전에도 해발 1000m 캘거리에서의 전지훈련이 효과를 보았던 기억이 있다. “크라머르를 의식하기보다는 내가 준비한 대로만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힌 이승훈은 결전을 앞둔 7일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간단한 훈련으로 몸상태를 조절했다.
소치/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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