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동철(47·한국체대 역도 교수) 한국 역도 대표팀 코치는 누구보다 소치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5,000m와 10,000m 경기를 기다린다.
“‘나까지 부담을 주지는 말자’는 생각에 전화는 하지 않고 있지만 경기가 다가올수록 기대가 커지고, 긴장도 되네요.” 염 코치는 지난 여름 특별한 인연을 맺은 스피드 스케이팅 이승훈(26·대한항공)을 응원한다.
염 코치는 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가까이서 지켜보니 승훈이는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철저히 자신을 관리하는 선수였다”고 전하며 “소치 올림픽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이승훈은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모교 한국체대에서 역도부와 함께 훈련했다.
“유럽 선수에 비해 체력과 힘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그는 스피드 스케이팅 코치들에게 조언을 구했고 “역도 훈련을 해보라”는 답을 얻었다.
염 코치는 “승훈이와 함께 훈련하기로 한 뒤 영상 자료를 통해 경기 장면을 봤는데, 마지막 스퍼트에서 자신이 가진 기량을 다 발휘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체력과 힘을 키우는 훈련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승훈은 일주일에 세 번, 4~5시간씩 한체대 역도 선수들과 함께 바벨을 들고, 체력 훈련도 했다.
염 코치는 “기초 훈련은 역도 선수들과 같이 하면서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라는 점을 감안해 훈련 방법을 조금 바꾸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승훈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역기 무게를 파악한 후 3~5회 역기를 들었다 놓는 훈련을 반복하며 파워존(허벅지, 복부, 허리, 엉덩이로 이어지는 근육)을 강화했고, 상대적으로 약한 상체 근육을 키우는 훈련도 했다.
염 코치는 “승훈이가 하체 근육은 무척 발달된 반면 몸통 근육은 약했다”며 “상체 근력, 몸통의 힘이 좋아지면 순간적으로 속도를 올리고 그 속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훈련했다”고 밝혔다.
염 코치는 1990년 북경 아시안게임 남자 역도 82.5㎏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퇴 후 한국체대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며 트레이닝에 대한 지식을 쌓은 그는 2000년 프로농구 부산 KIA(현 울산 모비스) 트레이너로 입단해 2003년까지 일했다.
2003년 역도 지도자로 돌아온 염 코치는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를 가르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염 코치는 “역도 외 다른 종목에서 일해본 것이 이번 훈련에 도움이 됐다”며 “100% 만족하는 지도자가 있겠나. ‘조금 더 시간이 있었다면’이란 아쉬움이 있지만 승훈이가 모든 훈련을 성실히 소화했고, 좋은 몸상태로 출국했다”고 말했다.
이제 염 코치는 ‘결과’를 기다린다.
염 코치는 “심리적인 부담은 큰 대회에 나서는 선수 모두가 안고 가야한다”며 “승훈이가 현지에서도 꾸준히 체력·근력 훈련을 한 것으로 안다. 자신있게 경기에 나서는 승훈이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응원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5,000m에서 은메달을 따며 한국 선수단에 대회 첫 메달을안기고, 10,000m에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금메달을 차지한 이승훈은 2014년 ‘우승 후보’의 위치에서 출발선에 선다.
염 코치는 “승훈이는 기대 이상으로 해낼 선수”라며 8일(한국시간) 열리는 남자스피드 스케이팅 5,000m에서 이승훈이 연출할 드라마를 기대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