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승부의 세계에서는 범접하기 힘든 ‘절대 지존’이 있기 마련이다. 흔히 ‘황제’ ‘여제’라 칭송한다. 지존 한 자리를 놓고 2~3명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의 메달 광맥인 2014 소치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두 종목의 라이벌 구도를 정리해봤다. 한국은 두 종목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를 예상한다.
■ 이승훈 대 스벤 크라머르 4년 전 밴쿠버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에서 이승훈(26·대한항공)이 5000m와 1만m 세계기록 보유자인 ‘장거리 황제’ 스벤 크라머르(28·네덜란드)를 꺾고 우승하리라고 예상한 이는 없었다. 그런데 크라머르는 1만m에서 12분54초50으로 1위를 차지하고도 코치의 잘못된 지시로 레인을 잘못 들어서 실격됐고, 4초05 뒤진 이승훈이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이승훈은 남자 5000m에서는 크라머르에게 뒤져 은메달을 땄다. 8일 저녁 8시30분(한국시각) 5000m, 18일 밤 10시 1만m에서 둘이 다시 만난다. ‘황제’ 크라머르의 우세가 예상되지만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른 이승훈의 패기가 무섭다.
■ 모태범 대 샤니 데이비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12일 밤 11시)에서는 모태범(25·대한항공)과 미국의 샤니 데이비스(32)의 양강 대결이 예상된다. 모태범은 밴쿠버올림픽 남자 500m에서 한국 최초의 빙속 금메달을 캤다. 이번 대회 500m(10일 밤 10시)에서도 금메달 후보다. 모태범은 지난해 12월 월드컵 4차 대회에서 500m는 물론 1000m에서 1위를 차지했다. 샤니 데이비스는 2006년 토리노겨울올림픽 남자 1000m 종목에서 흑인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소치에서는 1000m에서 사상 첫 올림픽 3연패를 노린다. 그러나 밴쿠버 때 1000m 은메달을 딴 모태범이 위협적이다. 미국 <엔비시>(NBC)는 6일 “샤니 데이비스의 경쟁자는 모태범과 데니스 쿠진(카자흐스탄)이다. 모태범은 이번 시즌 1000m에서 데이비스를 이긴 유일한 선수”라고 했다.
■ 이상화, 예니 볼프, 왕베이싱… 이상화(25·서울시청)의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올림픽 2연패 도전은 13일 밤 11시에 열린다. 일단 이상화의 독주 양상이다. 4년 전 밴쿠버 때 세계 랭킹 1위였던 예니 볼프(35·독일)는 30대 중반에 들어섰고, 밴쿠버 동메달리스트 왕베이싱(29·중국)과는 간격이 있다. 이상화는 “올림픽에선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일어난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 안현수, 샤를 아믈랭, 존 셀스키… 쇼트트랙 남자부에서 한국의 금메달 전망은 밝지 못하다. 반면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29·빅토르 안)와 캐나다의 샤를 아믈랭(30), 미국의 존 셀스키(24) 등의 강세가 점쳐진다. 해믈린은 500m 단거리에서 강세였는데, 2013~2014 시즌 1000m와 1500m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500m에서는 안현수에 이어 2위다. 한국 선수들의 부진 속에 셋이 500m, 1000m, 1500m에서 치열한 금메달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10일 저녁 6시45분 시작되는 남자 1500m 예선과 결선에 신다운(21·서울시청), 이한빈(26·서울시청) 등이 출전한다.
■ 심석희와 저우양 쇼트트랙 여자부 1500m(15일 저녁 7시)에서는 최근 두 시즌 월드컵 대회를 거의 휩쓴 심석희(17·세화여고)가 유력한 우승 후보다. 밴쿠버 금메달리스트인 중국의 저우양(23)이 경쟁자다. <에이피>(AP) 통신 등은 심석희가 주종목인 1500m는 물론 1000m와 3000m 계주에서도 우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500m 세계 최강 왕멍(중국)이 부상으로 불참해 부담도 덜하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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