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카선 중년부부
파라과이선 미국 입양아 출신 참가
파라과이선 미국 입양아 출신 참가
영화 '쿨러닝'은 일 년 내내 눈이 내리지 않는 자메이카에서 육상 선수들로 봅슬레이 팀을 꾸려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사연을 담아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도전의 상징처럼 인식된 자메이카 봅슬레이처럼,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선수를 내보내는 열대 국가들이 적지 않다. '유로스포츠'는 23일(한국시간) 소치에서 첫 동계올림픽 선수를 배출하는 열대 기후의 7개 나라를 소개했다.
눈조차 구경하기 어려운 나라의 선수가 올림픽 무대까지 진출하게 되기까지 사연도 적지 않다. 카리브해의 섬나라인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크로스컨트리 스키에 중년 부부 선수가 출전한다. 남편인 개리 디 실베스트리는 47세, 아내 안젤리카 디 실베스트리는 49세다. 특히 남편인 개리는 미국에서 풋볼 선수로 뛰다가 1990년대에는 런던에서 은행의 자산 운용가로 일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스키 선수로 뛰고 싶다는 꿈을 좇아 은행 일을 그만둔 개리는 아내와 함께 소치올림픽 무대까지 밟으며 꿈을 이뤘다.
동남아시아의 섬나라인 동티모르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자력 진출한 선수가 동계올림픽에서 나왔다. 프랑스인 아버지와 동티모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요한 콘칼베스 구트(20)가 알파인스키 회전 종목에서 출전권을 따냈다. 그는 지난해 12월 월드컵보다 한 단계 낮은 국제스키연맹(FIS) 레이스 대회에서 25위에 올라 와일드카드 없이 소치올림픽에 자력 진출했다. 구트는 "2002년에 탄생한 신생국인 동티모르를 알리는 외교 사절 역할까지 해내고 싶다"면서 "동티모르에 전쟁 말고도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프리카 남부의 짐바브웨에서는 알파인스키 선수인 루크 스턴(21)이 소치올림픽에 출전한다. 두 살 때 탄광 노동자인 아버지를 따라 스위스로 떠나와 지금도 유럽에 살고 있는 그는 "비록 멀리 있지만 내 몸에는 짐바브웨인의 피가 흐른다"며 언젠가 고국으로 돌아갈 꿈을 꾸고 있는 선수다.
남미의 파라과이에서는 여자 프리스타일 스키의 줄리아 마리노(22)가 사상 첫 동계올림픽 출전 선수로 기록됐다. 생후 6개월 때 미국인 가정으로 입양돼 줄곧 미국에서 살아온 마리노는 지난해까지 미국 국적의 선수로 활약했지만, 올해 소치올림픽에서는 파라과이 선수로 출전하기로 했다. 마리노는 올 시즌 월드컵에서 네 차례 20위권에 진입하고, 한 차례 준우승을 차지한 실력파다. 마리노의 활약에 따라 소치올림픽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파라과이 국기가 게양대에 오를 수도 있다.
서아프리카의 토고에서는 두 명이나 소치올림픽에 나선다. 여자 알파인스키의 알레시아 아피 디폴(19)이 회전과 대회전에 출전하고, 마틸드 아미비 페티트진(20)은 여자 크로스컨트리에 출전한다.
소치올림픽에 출전하는 팀을 꾸리고 싶어한 토고 올림픽위원회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프랑스에 살던 페티트진에게 연락을 취하면서 대회 출전이 이뤄졌다.
지중해의 섬나라 몰타에서도 여자 알파인스키 선수인 엘리스 펠레그린(23)이 소치 땅을 밟는다.
폴리네시아제도의 남쪽 끝자락에 자리 잡은 섬나라 통가에서는 유일하게 루지 선수인 푸아헤아 세미(27)가 첫 동계 올림피언이 됐다. 세미는 브루노 바니니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출전을 노렸다가 좌절한 세미는 이후 독일 의류업체의 후원을 얻어내면서 마케팅 전략에 따라 이 업체명과 똑같은 이름으로 개명했다.
이런 독특한 마케팅 전략은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선수가 소치올림픽에서 '푸아헤아 세미'로 출전할지, '브루노 바니니'로 출전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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