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스클라이밍 여자대표 신윤선이 12일 열린 월드컵 난이도 경기에서 완등 직전에 울먹이고 있다. 난이도를 고르게 하기 위해 빙벽 대신 구조물에서 경기를 한다.
난이도 경기 6분35초만에 완등
드디어 마지막 홀더가 눈앞에 다가왔다. 한국 여자 아이스클라이밍 대표 신윤선(35·노스페이스)은 침착하게 왼손의 아이스바일을 홀더에 걸었다. 1000여 관중은 숨을 죽였다. 높이 18m의 아찔한 구조물 정점에서 가쁜 숨소리가 벽에 스며드는 듯했다. 이미 6분이 흘렀다. 중심을 잃어 온몸의 무게를 한 손으로 버티는 위기도 있었지만 신윤선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12일 경북 청송군 얼음골계곡에서 열린 올해 첫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경기(1월10~12일). 27개국 140여명이 출전한 대회 마지막은 난이도 경기였다. 신윤선은 90~180도로 경사진 18m 높이의 구조물을 제한시간(9분) 안에 빨리 완등해야 한다. 완등 인정은 두 개의 아이스바일을 맨 꼭대기에 있는 홀더에 꽂느냐로 판가름한다. 결선에 오른 8명의 여자 선수 가운데 절반이 중간에 포기할 정도로 체력적으로 몹시 힘들다.
막판 한 개의 아이스바일을 입에 문 채, 홀더에 건 왼손에 왼발을 들어 올린 신윤선은 침착하게 오른손을 들어 마지막 홀더에 아이스바일을 걸었다. 드디어 완등. 6분35초의 ‘혈투’였다. 순간 세계 여자 리드 랭킹 3위의 ‘베테랑’ 신윤선은 속으로부터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스스로 극복해야 했던 큰 장애물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등반 도중 한 손으로 매달리는 상황에 빠졌을 때 매번 쉽게 포기했던 스스로의 나약함에 지지 않았다.
지난겨울 수많은 시간 동안 이미지트레이닝을 하며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려 애썼다. 비록 자신보다 22초 빠르게 완등한 러시아의 마리아 톨로코니나에게 금메달을 빼앗기고 은메달에 그쳤지만 신윤선은 만족해했다. “오랜 선수생활 동안 풀어야 했던 숙제를 드디어 오늘 풀었어요. 자신감 충만이에요.” 남자부에서는 박희용이 완등에 실패했으나 3년 연속 동메달을 획득했다.
관중들은 자일을 타고 내려오는 신윤선에게 박수를 치며 완등을 축하해 주었다. 흰 눈이 날리기 시작했다.
청송/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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