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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kg 줄였는데 5kg 더…지옥의 48시간

등록 2014-01-02 16:24수정 2014-01-02 22:33

임현규가 경기를 앞두고 감량을 하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임현규가 경기를 앞두고 감량을 하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내일 밤 UFC 결전 앞둔 임현규
평소 체중보다 15kg 감량 ‘사투’
계체뒤엔 하룻동안 10kg 늘려야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다. 숨쉬는 것이 지옥이다.

몸 깊숙한 곳에서 외친다. “어서 물을 마셔, 어서.” 수분이 사라진 육체는 무력하기만 하다. 걷기도 힘들다. 드러눕고 싶다고, 수분을 달라고 외치는 몸을 이끌고 내달리고, 주먹과 발을 뻗는다. 한계는 없다. 육체가 버티다 버티다 못해 정신줄을 놓을 때까지 격투사들은 감량과 최후의 한판을 벌인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호텔 컨벤션센터 특설링에서 열리는 유에프시(UFC)를 사흘 앞둔 1일 밤. 웰터급 경기에 출전하는 임현규(29·코리안탑팀)는 호텔 회의장에 마련된 임시훈련장 매트에서 구르고 또 구른다. 감량과의 싸움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격투사들은 옥타곤이나 링 위의 경기보다 먼저 몸무게를 줄이는 감량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감량하는 이유는 평소의 자신보다 훨씬 가벼운 체급에 출전해야 유리하기 때문이다. 계체에 통과하고 경기 때까지의 24시간 동안 평소 체중을 되찾아 경기에 들어가야 힘을 쓸 수 있다. 몸무게가 92㎏인 임현규는 웰터급 한계체중인 77.1㎏까지 무려 15㎏가량을 줄여야 한다. 가능할까?

임현규는 유에프시 데뷔전을 앞두고 마카오에서 감량하다가 졸도해 탈락한 아픈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번 대회를 앞두곤 체중을 88㎏으로 줄인 상태에서 본격적인 감량 작전에 들어갔다. 이날 임현규는 아침에 조그만 사과 한 알과 바나나 한 개를 먹었고, 점심엔 자극적인 양념과 고추장을 뺀 비빔밥을 3분의 1쯤 먹었다. 저녁은 없다. 물은 아직은 조금씩 입술을 축일 정도로 맛본다. 이날 몸무게는 82㎏. 정확히 48시간 뒤에 있을 계체까지 5㎏을 더 빼야 한다.

“아! 수박이 먹고 싶네요.” 매트를 구르고 나면 토악질이 난다. 그러나 나오는 물은 없이 육체만 고통을 호소한다. 2시간에 걸친 달리기, 엎드렸다가 일어나기, 스파링, 땀복 입고 섀도복싱을 하며 임현규는 2㎏쯤을 줄였다. 계체를 하루 앞둔 2일 오후부터는 물도 전혀 마시면 안 된다. 몸은 더 처진다. 사우나에 들어가도 쉽게 땀이 안 나온다. 정신은 오락가락한다. 심지어 몸이 뒤틀리기도 한다. 극도로 예민해진 감각 탓에 잠도 이루지 못한다. 그렇다면 격투사들은 어떻게 그런 몸을 갖고 링 위에 오를까?

임현규는 계체를 끝내면 단지 4~5시간 만에 10㎏을 불리는 재주를 갖고 있다. 임현규의 매니저인 하동진 감독이 설명한다. “우선 이유식 같은 부드러운 죽 1리터를 천천히 마십니다. 세 통을 마시면 3리터가 들어갑니다. 텅 비었던 위장을 달래가며 물과 포도 같은 과일을 1차로 먹어요. 그때 몸은 미친 듯이 먹을 것을 요구합니다. 잠시 쉬었다가 한국식당에 가서 된장찌개나 김치찌개와 쌀밥을 ‘폭풍 흡입’ 합니다. 찌개를 먹는 이유는 국물에 염분이 많이 있어 물을 더 많이 마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삼겹살 같은 기름진 음식은 피합니다. 선수들의 눈동자가 점차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느낍니다. 이제 3차로 소고기를 먹습니다. 선수들은 이때를 생각하며 지옥 같은 감량을 이겨냅니다.”

육체와 정신의 한계상황을 오가며 스스로를 이겨내야 관중 앞에 떳떳이 설 수 있다. 고통이 값진 이유다.

싱가포르/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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