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가 30일 오전 부인 하원미(왼쪽)씨와 세 자녀를 데리고 입국한 뒤 즐거워하고 있다. 인천공항/연합뉴스
대박 추신수, 가족과 함께 귀국
“처음부터 끝까지 텍사스만 생각
타격 스탠스 위해 몸쪽공 안 피해
좌완 겁먹어 정신과 간 적도 있어…
작년에 비해 출루율 높아진 건
투스트라이크 이후 자세 바꾼 덕"
“처음부터 끝까지 텍사스만 생각
타격 스탠스 위해 몸쪽공 안 피해
좌완 겁먹어 정신과 간 적도 있어…
작년에 비해 출루율 높아진 건
투스트라이크 이후 자세 바꾼 덕"
“200(홈런)-200(도루)을 넘어 ‘300-300’을 달성하고 싶다.”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달러(1370억원) 잭팟을 터뜨린 추신수(31)가 3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열었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100-100’을 달성한 추신수는 “마흔살까지 건강하게 뛰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추신수는 올해 자신의 활약에 대해 “3할은 치고 싶었는데, 100% 만족은 못한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텍사스와 계약 소식을 접하자 메이저리그 13년 동안의 삶이 5분짜리 영화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며 “또다른 야구인생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아내 하원미씨의 힘이 컸다. 그는 “아내가 산후조리를 해본 적이 없다. 아이를 낳고 이틀 만에 집에 돌아와 나를 위해 내조한 아내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했다. 추신수는 2007년 팔꿈치 수술을 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경제적 고충이 심해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결심도 했는데 아내가 말렸다”며 “아내의 헌신과 격려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추신수가 텍사스를 택한 이유도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컸다. 추신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속에 텍사스가 있었다.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수 있고 가족이 편히 지낼 수 있는 텍사스가 제일 맞았다”며 텍사스를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왼손 투수가 힘겹게 느껴질 때를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로 꼽았다. 그는 “타석에서 미리 겁을 먹고 못 친다고 생각을 했다. 몸에 맞는 공이 많이 나올 때는 왼손 투수가 조금만 움직여도 공이 날아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당시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정신과 의사도 만나보고 왼손 타자에게 조언도 구했다. 힘들었지만 가족을 생각하면서 극복했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타석에 바짝 붙어 서기 때문에 몸에 맞는 공이 많다”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몸 쪽으로 오는 공을 피하지 않을 뿐”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몸에 맞지 않겠다고 타격 스탠스를 바꾸면 내가 잘 치는 공 하나를 잃게 된다. (뼈가) 부러지는 것만 아니면 얼마든지 맞아도 괜찮다”고 말했다.
추신수가 지난해에 비해 올해 출루율이 좋아진 데는 투스트라이크 이후 타격 자세를 바꾼 것이 효과가 컸다. 그는 “올해 신시내티에서 1번 타자를 맡고부터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스탠스를 넓게 해 최대한 움직임을 줄이고 배트를 짧게 잡았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신시내티 동료들의 정신 자세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잘하고 이기는 팀은 다르다. 지는 팀은 항상 ‘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이기는 팀은 ‘이긴다’고 생각한다”며 “마음가짐이 다르다”고 말했다. 특히 “신시내티의 동료 조이 보토나 제이 브루스처럼 유명한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항상 전날 상대팀 투수를 파악하고 타석에 들어선다”며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배웠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내년 시즌 텍사스에서 1번 타자(좌익수)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명타자도 염두에 두고 있다. 론 워싱턴 텍사스 감독이 추신수나 아드리안 벨트레, 프린스 필더처럼 매일 경기를 뛰는 선수들을 위해 지명타자를 매일 로테이션으로 돌리겠다는 구상을 전했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텍사스에서 어떤 수비 포지션을 맡겨도 좋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야구 하나만 믿고 18살에 미국에 건너가 “무척 외로웠”던 추신수는 “이제 나와 같은 선수들을 챙기고 돌아보겠다”고 말했다. 더스티 베이커 전 신시내티 감독을 존경하는 추신수는 ‘받은 만큼 주는 게 야구를 즐기는 것’이라는 베이커 감독의 말을 그대로 실천할 계획이다. 추신수는 “정말 시작해야 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장기적으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이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추신수는 내년 시즌부터 텍사스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달았던 17번을 달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아시안게임에도 나가고 싶다”는 추신수는 “한국 팬들의 응원이 없었다면 좋은 성적도, 좋은 계약도 맺지 못했을 것”이라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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