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건(왼쪽부터), 홍성찬, 정윤성이 지난 23일 헤드컵 양구 주니어실내테니스대회 남자단식 8강전 뒤 포즈를 취했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주니어 남자 테니스 기대주
강구건·홍성찬·정윤성 3인방
지원금 끊겨 ‘육성팀’ 해체 위기
‘그랜드슬램’ 누빌 재목감인데…
국제대회 출전기회 사라지고
대표팀 훈련장도 사용못할 판
강구건·홍성찬·정윤성 3인방
지원금 끊겨 ‘육성팀’ 해체 위기
‘그랜드슬램’ 누빌 재목감인데…
국제대회 출전기회 사라지고
대표팀 훈련장도 사용못할 판
여기 세계 무대를 향해 쑥쑥 커가는 테니스 꿈나무들이 있다. 정윤성(15·대곶중3), 홍성찬(16·횡성고1), 강구건(16·안동고2). 테니스 팬이라면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잘 키우면 이들이 그랜드슬램 무대를 누빌 수 있는 재목감이라는 사실을.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랭킹 톱10 진입이 목표입니다.” ‘주니어 육성팀’ 3인방은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그동안 잘나갔다. 올해 9월 멕시코 산루이스포토에서 열린 ‘16살 이하 주니어 데이비스컵’(남자테니스 국가대항전·2단식 1복식 경기)에서 사상 첫 준우승의 쾌거를 이뤘다. 스페인과의 결승전에서 1-2로 졌지만 예선에서 프랑스·페루·남아공을 잇따라 3-0으로 눌렀고, 4강전에서는 난적 호주도 제쳤다. 특히 정윤성은 아시아-오세아니아 주니어 챔피언십 남자단식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며 기세를 올렸다.
지난해 조동길 당시 대한테니스협회 회장이 주니어 육성팀을 만들어 키워낸 결과물이다. 1년에 5억원씩을 지원해 주니어들의 국제대회 출전을 도왔다. 이 돈은 스폰서가 없는 꿈나무들의 성장에 절대적인 자양분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를 바탕으로 각기 1년에 20개 이상의 각종 국제주니어대회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았고 랭킹포인트도 올렸다.
그런데 내년 초면 이 자양분이 사라진다. 조 전 회장이 더 이상 돈을 대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주니어 육성팀이 해체되면 국제대회에 나갈 지원금이 끊기게 된다. “이 아이들의 꿈이 꺾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테니스인들은 대기업 등 스폰서들이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 테니스는 종목 특성상 기업의 후원을 받거나 자비를 들여 국제대회에 출전해 랭킹포인트를 쌓아야 더 높은 무대로 나갈 수 있다. 후원자가 나오지 않으면 내년 초 열리는 시즌 첫 그랜드슬램 대회인 호주오픈(1월13~26일·멜버른)이 주니어 육성팀으로 출전하는 마지막 대회가 될지 모른다. 그래서 3인방의 각오는 남다르다.
지난 27일 강원도 양구에서 열린 ‘헤드컵 양구 실내주니어테니스대회’ 남자단식에서 강구건 등 형들을 제치고 우승하며 기염을 토한 막내 정윤성. 그는 주니어 육성팀이 없어지는 것에 대해 “다른 기업들이 도와주면 좋겠는데…”라며 아쉬워했다. 그런 때문인지 내년 목표가 뭐냐는 질문에 “호주오픈(주니어 남자단식) 우승”이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그만큼 우승트로피가 절박하다. 우승해야 스폰서도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윔블던 주니어 남자단식 준우승의 쾌거를 이룬 정현(17·삼일공고2)은 국내 최고 유망주로 이미 삼성증권의 후원을 받고 있다.
아직 천진난만한 정윤성은 그래도 자신감이 넘쳐난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주니어 오렌지 볼 대회에 출전했는데 18살부 선수들과 차이를 그렇게 느끼지 못했어요.” 그는 전세계 유망주들이 총출동한 오렌지 볼 16살 이하 남자단식에서 우승하며 같은 또래에서는 세계 정상급임을 보여줬다. 176㎝·70㎏으로 발 크기는 285㎜나 된다. 육상 창던지기 선수였던 아버지, 역시 육상 달리기 선수였던 어머니 피를 물려받은 때문인지 운동신경이 뛰어나다. 노박 조코비치(26·세르비아) 같은 선수가 되고 싶어한다. “체력이 강하고 수비가 좋고 공수 전환을 잘하는 것 같아요.”
강구건도 “내년이면 고3이 되는데 주니어 육성팀이 없어지니 절실함이 더 생긴다”며 “호주오픈에서 우승하겠다”고 당차게 말한다. “호주오픈 최소 4강 진출이 목표”라는 홍성찬은 “이후 아무것도 보장된 게 없다. 주니어 육성팀에 있을 때는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할 수 있었는데…”라며 한숨을 내쉰다. 이형택 이후 이렇다 할 스타가 없어 침체기인 한국 남자테니스. 그 미래를 짊어질 유망주 3인방의 앞날이 불안하다.
양구/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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