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국가대표팀의 남자복식 짝인 김기정(왼쪽)과 김사랑이 23일 태릉선수촌 코트에서 라켓을 펼치고 있다.
★ 별별 스타 ㅣ 배드민턴 남자복식 김기정·김사랑 짝
3년 호흡 세계4위 폭풍성장
“이용대·유연성 만나면 욕심
늘 역전당하는데 꼭 이길 것
2인자 꼬리표 떼고 싶어요”
3년 호흡 세계4위 폭풍성장
“이용대·유연성 만나면 욕심
늘 역전당하는데 꼭 이길 것
2인자 꼬리표 떼고 싶어요”
“2인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습니다.”
2011년부터 3년째 호흡을 맞춰 온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남자복식 김사랑(24)-김기정(23·이상 삼성전기) 짝의 내년 각오에는 날이 서 있다. 국가대표 간판인 ‘이용대와 그 짝’을 넘어서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실제 김사랑-김기정 짝은 세계랭킹 4위로 지난 10월부터 발을 맞춘 이용대-유연성 짝(세계 17위)보다 앞선다. 지난해 일본오픈 슈퍼시리즈 1위, 올해 말레이시아 세계배드민턴연맹 슈퍼시리즈 파이널 2위, 홍콩 슈퍼시리즈 2위, 전주 그랑프리골드 1위, 대만오픈 그랑프리골드 1위를 차지하는 등 잠재력은 있다. 하지만 배드민턴의 대명사 이용대의 그늘에 가려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23일 태릉선수촌 배드민턴훈련장에서 만난 김사랑(177㎝·80㎏)과 김기정(179㎝·81㎏)은 “용대형 조와 대결하면 욕심이 생기고 마음이 급해진다. 그래서 항상 역전을 당하는데, 큰 대회에서 한번 이겨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3년간 얼굴을 맞대고 훈련한 ‘꽃미남’ 둘은 2011년 5월 처음으로 세계 50위권에 진입한 뒤 지난해 10위권, 이번달 4위로 ‘폭풍 성장’을 하고 있다. 단식 전문이다가 대학 3학년 때 복식으로 바꾼 김사랑은 손목이 좋아 스매시가 위력적이고, 복식 전문으로 시작해 경험을 쌓은 김기정은 시야가 뛰어나다. 둘이 합작하는 네트 플레이와 속공은 세계적 수준이다. 김사랑은 “기정이는 네트 플레이는 위협적이다. 잘되는 날은 누구랑해도 지지 않는다”고 했고, 김기정은 “사랑이 형은 힘이 좋고 빠르다. 드라이브가 강하고 상대방이 예측할 수 없는 백스트로크가 강점”이라고 추어올렸다.
그런데 아직 선배인 이용대의 벽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대표팀의 다른 복식조인 이용대-유연성 짝은 10월부터 각종 대회에 출전하고 있는데 슈퍼시리즈 프리미어 대회 등에서 세차례 우승을 하는 등 관록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홍콩오픈 슈퍼시리즈 결승에서 김사랑-김기정은 이용대-유연성을 만나 첫세트를 따내면서 희망에 부풀었지만 1-2로 역전패했다. 충격도 컸다. 그러나 이달 15일 말레이시아 슈퍼시리즈 파이널 남자복식 4강전에서 과거 랭킹 점수를 바탕으로 조를 편성해 나온 이용대-고성현 짝을 이기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월드챔피언십, 5대 슈퍼시리즈 프리미어(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덴마크, 영국오픈) 등 큰 대회에서 우승하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텐데 아직 ‘뇌관’이 터지지 않았다.
그래서 내년 1월7일 열리는 코리아오픈에 거는 기대가 크다. 둘의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찰떡 호흡.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니 눈만 보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안다. 둘은 “굳이 많은 말이 필요없다”고 했다. 말을 많이 하면 서로 요구하는 게 많아지고 그게 이뤄지지 않으면 어긋난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땐 ‘괜찮다, 잘 해보자’며 서로 격려한다. 그러나 실책은 줄여야 한다. 세계 5위권 안에 드는 팀의 기량은 엇비슷한 만큼 당일 몸 상태나 실수에 따라 승패가 결정나기 때문이다. 김사랑은 “경기 흐름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 괜찮지만 한두 점만 더 따내면 치고 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 범하는 결정적인 실수를 줄이겠다”고 강조했고, 김기정은 “지고 있을 때보다 이기고 있을 때 더 많이 잡히는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득춘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감독은 “네트 높이에서 직선으로 왔다갔다하는 짧은 드라이브 볼 처리와 결정력만 키우면 세계 최강”이라고 평가했다.
내년 1월 코리아오픈에서 만나게 될 덴마크의 카르스텐 모겐센-마티아스 보에 짝(세계 3위)에 대한 연구도 빼놓을 수 없다. 둘은 올해 1월 코리아오픈에서 런던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당시 세계 1위였던 모겐센-보에 짝에게 0-2로 진 적이 있다. 올해 영국오픈에서도 2점 차이로 무릎을 꿇었다. 두 사람은 “가장 많이 준비하고 나간 경기에서 한 번의 실수로 져 뼈아팠다. 이번엔 설욕을 하고 싶다”고 했다. 2인자의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둘은 “서두르지만 않으면 어느 팀과 붙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 기회는 올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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