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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동물의 몸짓 따라하면 몸이 강해진다

등록 2013-12-24 19:54수정 2013-12-25 09:53

화타가 동물의 움직임을 본떠 만든 건강체조를 통해 젊음을 유지하는 한의사 정행규 박사가 오금희를 보여주고 있다.
화타가 동물의 움직임을 본떠 만든 건강체조를 통해 젊음을 유지하는 한의사 정행규 박사가 오금희를 보여주고 있다.
[건강과 삶] 정행규 한의사의 ‘오금희’
‘호랑이가 허리와 다리를 늘이고 몸을 돌려 앉는다’, ‘곰이 허리를 구부려 발끝을 잡는다’, ‘원숭이가 왼 어깨를 펴서 팔을 뒤로 늘어뜨린다’, ‘학이 가슴을 안고 오른발로 선다’, ‘사슴이 하늘을 우러러 사방으로 목을 돌린다’.

동물원 사육사의 동물에 대한 정밀한 관찰일지일까?

호랑이, 곰, 원숭이, 사슴, 학 등의 동물은 인간보다 두뇌 능력은 떨어지지만, 신체적 능력은 뛰어나다. 자연 속에서 약육강식의 원리에 따라 생존하는 동물들은 나름대로 특별한 신체 능력을 키우며 진화했다.

1900년 전으로 잠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중국 후한시대의 명의 화타는 백살이 넘었으나 20대 청년의 건강을 지니고 있었다. 화타는 어느 날 관우가 독화살을 맞고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평소 관우를 흠모하던 화타는 스스로 관우에게 달려갔다. 관우는 천하의 명의인 화타가 자신을 치료해주기 위해 왔다는 소식에 기뻤다. 화타는 당시에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외과 수술 방식으로 관우의 퉁퉁 부은 팔을 치료해 주었다. 주변 사람들은 처음 보는 외과 수술 모습에 부들부들 떨었지만 관우는 태연하게 바둑을 두며 고통을 표현하지 않았다. 관우는 고마움에 황금을 사례로 주었지만 화타는 이를 거절하고 약봉지를 남기곤 떠나려 했다. 관우가 물었다. “어찌 그리 젊어 보이시나요?” 화타가 대답했다. “하하, 별거 있나요? 오금희(五禽戱)를 열심히 했더니 그렇습니다. 몸이 불쾌할 때 일금(一禽)의 희(戱)를 하면 땀이 나고 피부가 좋아지며 신체는 가벼워지고 식욕이 생깁니다.” 오금희는 호랑이 등 다섯가지 동물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관찰한 화타가 스스로 창안한 건강체조였다.

한의사 정행규(61) 박사
한의사 정행규(61) 박사

현재로 돌아오자. 한의사인 정행규(61) 박사는 고교 졸업 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고향(경남 고성)의 면사무소 공무원으로 3년간 근무했다. 정씨는 한의학을 하기로 결심하고 두번의 시도 끝에 경희대 한의학과에 입학했다. 늦게 하는 공부이기에 남보다 열심히 했다. 건강은 갈수록 나빠졌다. 이런저런 운동을 열심히 했다. 그러다가 중국의 양생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화타가 창안했다는 오금희를 접했다.

1900년 전에 한의사였던 중국의 화타가 만든 건강체조를 한국의 한의사가 몸에 익힌 것이다. “이렇게 몸에 좋은 건강체조를 왜 일찍 하지 않았나 후회됩니다.”

실제로 정 박사는 환갑이 넘은 나이지만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한 몸을 갖고 있다. 정말 화타 오금희가 효과가 좋은 것일까?

정 박사는 매일 오금희를 한다. 아침에 한 시간씩 동물의 몸짓을 따라 한다. 보기엔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호랑이처럼 손목과 발목의 관절을 움직이고, 곰처럼 허리를 돌린다. 날렵한 원숭이가 나무에 매달린 것처럼 팔을 뻗고, 사방을 둘러보는 사슴처럼 목을 돌린다. 그리고 학처럼 한 발로 서서 온몸을 움직인다.

<후한서>(後漢書)의 화타전에 따르면 화타는 이렇게 설명했다고 한다. “인체는 운동을 시켜주는 것이 좋다. 신체를 움직이면 혈맥의 흐름이 좋아지며, 병이 없어진다. 옛날 신선들은 신체를 잡아당기고 관절을 움직여서 노화를 막았다. 나는 내가 만든 이 술법을 오금희라고 이름 붙였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다섯 동물의 행동을 하나씩 따라서 하면 기가 맑아진다.”

정 박사는 화타의 오금희는 <장자>에 나오는 ‘웅경조신(熊經鳥申: 곰이 나무를 기어올라가는 듯, 새가 다리를 쭉 뻗는 듯)은 건강 장수를 위한 것일 뿐’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이른바 도인술(導引術)의 시초이다. 천지의 기를 자신의 몸에 끌어들이고(導), 몸의 관절을 늘이는(引) 방법으로 무병장수하는 신선이 되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정 박사는 도인술은 “움직이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고, 움직이면 문제가 없다”는 단순한 원리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한다. 즉,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 통하면 아프지 않고, 안 통하면 아프다)이다. 누구나 운동을 통해 기혈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면 통증이나 병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용맹하고 사나운 호랑이의 동작은 강한 폐의 기능과 기력을 주면서 피부를 단련시킨다고 한다. 사람의 모습과 같은 원숭이는 활동성이 강한 사지와 비장을, 허리가 강한 곰의 무겁고 육중한 움직임은 하체와 간을 단련시킨다고 한다. 새의 동작은 심장을 강하게 하고, 사슴은 신장을 강하게 만들어 생생한 생명력을 준다고 한다. 결국 오금희는 인체의 심장, 간장, 비장, 허파, 콩팥을 강하게 하기 위한 기공체조인 셈이다.

정 박사는 실제로 오금희를 한 뒤 특히 척추가 바로 서고 몸이 균형을 잡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아침마다 거울을 봅니다. 얼굴의 주름이 조금씩 사라집니다. 얼굴의 주름도 좌우가 다릅니다. 주름 간격의 크고 작음은 몸의 좌우가 불균형하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정 박사는 사람의 얼굴과 외형 변화에 대한 눈이 밝다. 정 박사가 공부한 형상의학은 1976년 지산 박인규 선생이 동의보감에서 사람의 겉모습을 보고 진단하는 것을 발전시켜, 난치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 학문이다. 형상의학회 명예회장이기도 한 정 박사는 “힘을 뺀 채 구부렸다가 가슴을 쫙 펴는 움직임은 막혀 있던 모세혈관을 열어줘, 체내에 있는 나쁜 기를 밖으로 배출하여 신선한 공기를 몸 안으로 빨아들이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오금희를 설명한다. 또 “아랫배에 힘을 주고 몸을 구부리거나 몸을 숙여 무릎 껴안기 등의 동작들은 잃어버렸던 젊음을 되찾아오는 좋은 동작”이라고 한다.

“허기심(虛其心: 마음을 텅 비우다), 실기복(實其服: 배를 든든하게 채우다), 강기근(强其筋: 근육을 강하게 하다), 약기골(弱其骨: 관절을 부드럽게 풀어주다)의 네가지가 화타 오금희의 기본원칙”이라고 설명하는 정 박사는 자신의 한의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약에 의존하기보다는 몸을 움직여 건강을 찾으라고 충고한다고 한다.

다시 화타 시대로 돌아가자. 관우의 적이었던 조조는 심한 두통에 시달렸고, 조조를 진찰한 화타는 “이 병은 외과 수술을 하지 않으면 치료할 수 없소이다”라고 말했다. 관우를 존경하고 그를 치료해 준 사실도 알고 있던 조조는 수술을 핑계 삼아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고 그를 죽인다. 화타는 죽기 전에 자신의 의학 이론을 정리한 책을 써서 옥문을 지키고 있던 포졸에게 주었으나 포졸은 화타의 책 때문에 자신이 벌을 받을까봐 책을 불태워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화타의 의서는 사라졌으나 화타가 만든 건강술인 오금희는 민간에 퍼져 지금까지 전해 내려왔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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