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미키(26)
“나답게 경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최고의 난이도를 선택했다.”
아사다 마오와 함께 일본 피겨스케이팅의 쌍두마차였던 안도 미키(26·사진)가 현역 은퇴 뜻을 밝히며 소회를 털어놓았다. 24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안도 미키가 전날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일본선수권대회에서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뒤 은퇴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안도는 2002년 세계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4회전 점프의 고난도 기술을 선보이며 세계적 관심을 모았고, 2004년 세계주니어선수권,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인들은 승승장구하는 안도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줬다.
하지만 2006년 토리노 올림픽을 즈음해 슬럼프에 빠진 안도는 이 대회에서 15위를 기록했고, 혜성처럼 떠오른 아사다 마오에게 완전히 밀렸다. 더욱이 김연아까지 등장하면서 안도는 ‘퇴물’ 취급을 받다시피 했다. 그러나 그는 차분히 안정적인 태도로 경기에 임해 4년 만인 2011년 4대륙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컵을 안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후 미키는 잠정 은퇴를 선언한 채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고 2011~12년 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또한 그는 손오공 분장 같은 의상, 노출이 심한 망사 옷, 가슴에 커다란 거미 장식을 붙인 복장으로 입길에 올랐고, 피겨스케이팅 선수 중 ‘워스트 드레서’로 꼽히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안도는 지난 7월 다시 복귀하면서 자신이 미혼모라는 사실을 밝혀 화제를 집중시켰다. 그는 복귀 석달 전인 4월 결혼하지 않은 채 출산한 사실을 공개했다. 일본 언론들은 집요하게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아내려고 했으나, 안도는 끝내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언론의 뭇매를 맞으면서도 그는 굴하지 않았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 출전할 뜻을 밝힌 안도는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네벨호른 트로피에서 2위를 차지해 복귀에 성공했고, 최근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김연아에 이어 준우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끝내 소치 올림픽의 티켓은 따내지 못했다. 23일 소치 올림픽 선발전 격인 일본선수권대회에서 쇼트 프로그램 5위, 프리스케이팅 9위로 전체 7위에 그쳐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어린 딸을 포함한 1만7천여명 관객 앞에서 마지막 연기를 펼친 그는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앞으로 코치로서 후진을 양성하는 것이 스케이터로서의 꿈”이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사진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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