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우(왼쪽)가 올해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슈퍼레이스 2전 우승 뒤 아버지 황운기씨와 밝게 웃고 있다. 국내 모터스포츠 1세대인 아버지는 발보린레이싱 단장을 맡고 있다. 형 황진욱도 발보린 선수로 활약하는 등 모터스포츠 가족이다. 슈퍼레이스 제공
[올해를 빛낸 스타] ⑥ ‘슈퍼 6000’ 챔피언 황진우
섬세하고 차분한 멘탈로 ‘7전4승’
레이서 출신 아버지 영향도 받아
대중 무관심에 “얼굴 알려졌으면…”
섬세하고 차분한 멘탈로 ‘7전4승’
레이서 출신 아버지 영향도 받아
대중 무관심에 “얼굴 알려졌으면…”
“아직 얼떨떨하죠. 큰 상을 연이어 받으니 좋지만, 내년이 더욱 부담스럽습니다.”
황진우(30·CJ레이싱)는 올해 국내 모터스포츠계에 우뚝 선 최고의 별이다. 연말 3대 시상식에서 모두 ‘올해의 드라이버 대상’의 영예를 안은 것이다. 23일 저녁 서울 청담동 비욘드뮤지엄에서 열린 국내 최대 자동차경주대회인 ‘씨제이(CJ)헬로비전 2013 슈퍼레이스’ 종합시상식에서 ‘한류스타’ 류시원(EXR팀106) 등을 제치고 최우수선수(MVP)로 등극했다. 지난 2일부터 13일까지 슈퍼레이스 누리집을 통해 실시한 2207명 팬 투표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한 결과다. 앞서 17일 2013 한국자동차경주협회(KARA) 모터스포츠인의 밤, 11일 ‘8회 한국모터스포츠 어워즈 2013’에서는 올해의 드라이버 대상을 수상했다.
모터스포츠계에서는 알아주는 대스타이자 호남형 총각이지만 대중들에게는 아직 낯설다. “사람들에게 얼굴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피곤해지더라도….” 거리에 나가면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거의 없다”며 아쉬워했다. 일반 대중과 접촉면을 넓히지 못하고 있는 한국 모터스포츠의 현실을 여실히 반영해주는 말이다.
황진우는 올해 6200㏄의 스톡카들이 펼치는 슈퍼레이스 ‘슈퍼 6000’ 클래스 7전 가운데 4번 우승을 차지해 종합챔피언이 됐다.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린 3전과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린 7전, 중국과 일본에서 열린 원정 경기에서 우승했다. 한 시즌 서로 다른 4개 경기장에서 1위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운 것이다.
슈퍼 6000 클래스의 ‘삼각 라이벌 구도’는 매우 흥미롭다. 황진우 위로는 소속팀 감독이면서 선수로도 뛰는 11살 위인 ‘한국의 미하엘 슈마허’ 김의수(41)가 있다. 지난 시즌 종합챔피언이다. 황진우는 김 감독의 지시를 받아야 하지만, 레이스 때는 그와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여야 한다. 아래로는 10살 아래의 친동생뻘인 김동은(20·인제스피디움)이 강력한 대항마다. 둘 다 카레이서 아버지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인연을 맺었고 친한 형 동생 사이가 됐다. 요즘도 틈만 나면 형은 아우를 집으로 불러 고기도 궈주고, 둘이 펼친 레이스 동영상을 교환해 보면서 서로 분석도 해준다.
올해 자동차경주 황제 자리를 황진우에게 내준 김의수 감독은 “스포츠계에서는 영원한 승자는 없다. 진우는 가장 좋은 라이벌이다. 둘 중 한명이 우승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담담해한다. 김 감독은 황진우에 대해 “섬세하고 차분한 드라이빙이 장점이다. 자동차경주는 속도 경쟁을 벌이는 종목이지만 단순히 가속페달을 잘 밟는다고 우승할 수는 없다”고 그의 섬세함을 높게 평가했다.
“마인드 컨트롤이 가장 중요합니다. 레이싱을 하다 보면 선수들은 많이 흥분하게 됩니다. 짧은 순간 결정적인 순간이 오는데, 어리고 경험이 적은 선수들은 쉽게 흥분해 경기를 망치기 십상이죠.” 황진우는 “자동차경주에서는 기술은 누구에게나 일정하다. 핸들링, 액셀러레이팅, 브레이킹 등 3가지 요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내년 시즌을 앞두고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올해는 3강 체제였지만, 조항우·장순호 등 새로운 선수와 외국인 드라이버 2~3명이 들어오면서 슈퍼 6000 클래스가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20명 이상이 우승 경쟁을 벌여야 한다.
그래서 모터스포츠계에서도 스토브리그가 전개되고 있다고 황진우는 귀띔한다. “각 팀 드라이버들이 ‘상대팀은 내년 어떤 타이어를 쓸 것인가, 어떤 드라이버를 새로 영입할 것인가’ 등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고 있어요.” 1m78, 88㎏으로 자동차경주 하기엔 다소 큰 몸집인 황진우. 내년 시즌 그가 자동차경주왕 자리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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