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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바람 도움만으로 나홀로 세계일주 나서요

등록 2013-12-22 19:09수정 2013-12-23 14:47

김승진(51) 선장
김승진(51) 선장
요트 무기항·무원조 도전 김승진씨

여섯달동안 육지엔 발 안디딘채
4만여㎞ 바다 무동력 항해 도전
성공땐 국내최초…세계서도 드물어
10억원 경비 마련해 10월 출항 목표
“무섭고 외로워도 도전 자체 즐겨”
“새해 대한민국 최초로 단독·무기항·무원조 요트 세계일주에 도전하겠습니다.”

지난 3월 요트 ‘나르샤호’를 타고 카리브해 버진아일랜드를 떠나 6개월 만에 경남 통영항에 도착함으로써 남태평양 횡단에 성공했던 김승진(51·사진) 선장이 또 한번 “대형사고”를 예고했다. 그는 지난 1일 경남 진해 해군사관학교에서 사관생도들과 사관후보생들에게 초청 강연을 한 자리에서 이렇게 약속했다.

‘바다 위 무한자유, 도전 그리고 꿈’이란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서 그는 “바다는 무한한 성장 동력을 지닌 젊은 사관생도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살아있는 무대이니 도전정신을 가지고 세계의 바다를 개척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한 뒤 그 자신 모범을 보이겠다는 각오로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기로 공표한 것이다.

단독·무기항·무원조 요트 세계일주는 혼자서 동력의 도움 없이 오로지 자연의 바람을 이용해 최소한 적도를 두번 통과하는 거리를 한번도 육지에 기착하지 않고 항해해야만 세계세일링속도위원회(WSSRC)에서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극한의 모험스포츠다.

“다들 이 나이에 왜 그런 모험과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하죠. 그러면 이 나이에 도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세계 기록이어서 한다고 답하죠. 쉰살이 넘은 중년 사나이로서 국가대표로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렙니다.”

1969년 영국의 로빈 녹스존스턴이 312일 만에 세계 첫 단독 무기항 세계일주에 성공한 이래 아시아에서는 일본인이 첫 기록을 세웠고 올해 들어 중국인과 인도인 요티가 뒤를 이었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몇 차례 도전장을 낸 사례는 있으나 대부분 준비 단계에서 무산된 상태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막대한 경비 때문이다. 동력을 쓰지 않도록 요트를 개조하고 육상 지원팀과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위성전화 등 통신장비를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이 대부분이다.

그 역시 8억~10억원으로 추산되는 경비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확실한 스폰서가 있는 줄 아는데, 물론 지금 현재는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 저처럼 모험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고 믿기에 큰 걱정 안 합니다.”

그는 새해 2월말까지 스폰서 섭외를 한 뒤 9월말까지 요트 개조와 장비 설치에 이은 시험운항 등 최종점검을 마치고 10월초 출항을 목표로 세웠다. 현재로 가장 유력한 후보지인 충남 당진항에서 출항해 사이판~피지~뉴질랜드~칠레 케이프혼~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인도네시아 순다해협을 거쳐 2015년 5월초 한국으로 돌아오는, 6개월(217일) 2만2250해리(4만1207km)의 대장정이다. 남태평양 횡단 때 동반자인 문성만 선장을 비롯해 김성중·김종득·유창만씨가 육상 지원팀을 맡아 함께 도전한다.

1962년생인 김 선장은 한성대 미술학과와 일본 도쿄비주얼아트 방송예술과를 나와 후지산케이그룹의 공동티브이(TV)에서 경력을 쌓은 뒤 95년부터 독립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일해왔다. 하지만 86년 대학시절 한강 수영종단과 전국대학잠수연합회 회장을 시작으로 본업보다 먼저 모험가의 이력을 쌓아왔다. 90년 미수교 상태였던 중국 양쯔강 탐사와 히말라야 탕구라봉 등정을 성사시켰고, 90년대 중반 요트에 입문해서는 2010~11년 ‘아라파니’(바다달팽이)호를 타고 홀로 그리스를 출발해 인도양 횡단에 성공하기도 했다. 네이버 카페 ‘김승진의 요트세계일주’(cafe.naver.com/goyachts)를 통해 국내는 물론 전세계 요티들과 소통하고 있다.

“가족들은 동의하느냐, 무섭지 않으냐, 외롭지 않으냐, 3가지 질문이 가장 많아요. 딸과 아내의 지지가 없으면 애초 요트를 타지 못했겠죠? 물론 무섭고 외로울 때도 있지만 그 자체를 즐긴다고나 할까요? 그게 인생 아닐까요?”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사진 김승진의 요트세계일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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