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엘지를 선두권에 도약시키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는 크리스 메시가 17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연습장에서 자세를 잡았다.
★ 별별 스타 ㅣ LG 외국인선수 메시
길거리 대회서 스카우트
20대 중반에 농구선수로
유럽서 ‘우승 청부사’ 명성
“몸싸움에 좀 관대했으면…”
길거리 대회서 스카우트
20대 중반에 농구선수로
유럽서 ‘우승 청부사’ 명성
“몸싸움에 좀 관대했으면…”
엘지(LG)가 신바람이 났다. 2년 전 7위, 지난 시즌 8위 등 꼬리에서 헤매던 엘지가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특급신인’ 김종규와 재간둥이 가드 김시래의 활약도 큰 몫을 하지만 엘지의 돌풍엔 크리스 메시(37·미국)의 활약이 자리잡고 있다.
이번 시즌 25경기에서 평균 22분을 뛰며 11.7득점과 9.1개의 튄공을 잡으며 상대방 골 밑을 괴롭히는 메시는 튄공잡기에서 전체 3위를 차지하며 엘지 돌풍의 주역이 됐다.
놀랍게도 메시는 중·고등학교 시절까지 농구선수가 아니었다. 평범한 학생이었다. 199.7㎝의 키는 그다지 크지도 않다. 다만 농구를 좋아해 틈나는 대로 길거리 농구를 했다. 어머니는 고교 시절까지 농구선수였다. 7형제와 3명의 누나 가운데 누나 한명은 농구선수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포기한 메시는 전기수리공이 됐다. 친척 가운데 전기수리공이 있어 따라 다니며 배웠다. 가정집에 전구를 달아주고 콘센트를 수리해주고, 고장난 전기 배선을 고쳐주며 생활했다. 가끔 사회인 농구 대회에 출전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년간 전기수리공으로 일하던 메시에게 농구는 거부하기 힘든 운명으로 다가왔다. 우연히 출전한 동네 길거리 농구 대회에서 한 대학 농구팀 감독이 메시를 보곤 한눈에 반했다. 강한 체력과 과감한 돌파력, 그리고 빼어난 판단력을 갖춘 메시에게 스카우트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2년제 애슬러스 칼리지에 농구선수로 파격 스카우트된 메시는 마치 뒤늦게나마 제 길을 찾은 것처럼 펄펄 날았다. 남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선수생활을 한 것에 비해 메시는 20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선수로 나선 것이다. 미국 대학농구의 명문인 멤피스대학에서 다시 메시를 스카우트했다. 사회학을 전공한 메시는 전국 20위 안에 드는 멤피스대학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다. 길거리 농구 선수에서 농구의 본고장 미국 대학의 주전으로 변신한 것이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미프로농구(NBA)의 6개 팀이 관심을 보였지만 센터로 쓰기엔 키가 작아 결국 유럽 리그로 진출하게 됐다.
2003년 이탈리아 1부리그의 아벨리노에 스카우트된 메시는 3년간 활약하며 팀을 플레이오프까지 올려놓았고, 스페인, 그리스, 이스라엘 리그를 거쳐 3년 전엔 프랑스의 리모주로 옮겼다. 메시는 리모주를 우승으로 이끌며 시즌 최우수선수(MVP)와 결승리그 최우수선수를 독식하며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다시 미국에 돌아와 스카우트 시장에 나온 메시는 나이 때문에 뒤로 밀렸다. 20대가 주축인 센터 시장에 30대 후반의 나이는 큰 부담이었다. 결국 메시는 2라운드(전체 13순위)로 엘지에 스카우트됐다. 연봉 2억5000만원에 한국에 온 메시는 마치 축구신동 메시처럼 예상을 깨고 겨울 코트에 돌풍을 일으켰다.
큰 엉덩이와 굵은 목, 탄탄한 가슴 근육에서 나오는 강력한 힘으로 메시는 상대 수비수를 무력화시킨다. 처음 호흡을 맞춘 김시래와도 마치 몇 년을 함께한 것처럼 궁합이 맞는다.
그러나 한국 농구에 불만이 있다. 몸싸움에 너무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심판들이 조금만 접촉해도 파울을 선언하니 역동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없어요.” 그래서 메시는 좀 답답하다.
또 크리스마스 시즌에 휴가를 주지 않아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거쳐 온 모든 나라의 리그에서는 크리스마스 휴가를 일주일 이상 주었다. 고교 시절까지 농구선수를 했던 부인 맬러리 메시(46)는 9살 연상이다. 크리스마스 휴가를 함께 지내지 못해 안타깝다고 한다. 모델 출신인 맬러리의 언니가 소개시켜 주었다.
메시는 한국에서 꼭 우승을 하고 싶다고 한다. “우승하는 느낌 아니까요. 그 느낌 꼭 한국에서 다시 맛보고 싶어요. 올 시즌 기대해도 좋아요.” 자신감이 넘친다.
김진 엘지 감독도 “메시가 골 밑을 든든하게 지키고 외곽 플레이를 편하게 만들어줘 더 기대된다”며 엄지손가락을 펴들었다. ‘슈퍼스타 케이(K)’의 농구코트 주인공, 바로 메시이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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