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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모태범의 귀한 몸, 제 손으로 주무르죠

등록 2013-12-16 19:57수정 2014-01-20 15:52

빙속대표팀 트레이너 김양수
빙속대표팀 트레이너 김양수
빙속대표팀 트레이너 김양수

부상치료·마사지 등 주업무에
친형제처럼 선수들 고민 상담
영상촬영·통역·가이드 역할도
“소치올림픽서도 최선 다할 것”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4차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3총사 이상화·모태범·이승훈 선수와 케빈 크로켓(캐나다) 감독은 입국장에서 취재진들에 둘러싸였다. 그 사이, 선수들과 같이 입국한 빙상대표팀의 김양수(33·사진) 트레이너는 고된 몸으로 태릉선수촌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축하는 주인공들이 받고 나처럼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먼저 가야죠.”

빙상대표팀의 메디컬 트레이너인 김씨는 선수들의 부상 방지와 재활, 치료, 컨디션 조절 등을 담당한다. 그는 “대회에 출전했을 때는 매일 저녁 10명 정도 선수들을 돌봐준다. 부상 선수는 치료해주고, 근육이 뭉친 선수들은 마사지로 풀어준다. 이 일만 해도 하루가 부족하다”고 했다. 훈련 때는 코치 옆에서 시간도 재고, 선수들의 스케이팅 장면을 촬영·편집해 제공한다. 팀의 기술분석관인 셈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현지 공항에서 숙소까지 길을 찾고, 일정을 확인하고, 외국어로 각종 행정 업무를 처리해야 하니 빙상대표팀의 살림꾼이 따로 없다.

한국은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르며 세계가 주목하는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으로 떠올랐다. ‘2014 소치올림픽’에서도 이상화·모태범·이승훈 선수와 팀추월 등이 유력한 메달 후보로 꼽힌다. 그러나 여전히 대표팀의 현실은 열악하다. 네덜란드·미국·일본 등 빙상 강국들은 선수 20명 남짓에 수십명의 스태프가 붙는 것과 달리, 한국은 올 시즌 월드컵 대회에 출전한 대표팀 25명 중 선수를 제외하면 스태프는 5명이 전부다. 그 중 3명은 코치진. 그나마 올 시즌을 앞두고는 장비 전문가 알렉산더 모리츠가 합류했다. 코치와 장비 담당이 하는 일을 빼고 나머지 모든 일은 트레이너 김씨의 몫이다.

2008년 1월 대표팀의 첫 전담 트레이너가 된 김씨는 6년 간 태릉선수촌에서 대표팀 선수들과 동거동락했다. 이제는 단순한 스태프가 아니라 친형제 친남매처럼 선수들의 속사정을 속속들이 헤아리고 보살핀다. 이상화·모태범 같은 스타 선수들도 속깊은 고민들을 그와 나눈다. 김씨는 “선수들 고민을 상담하고, 보살피는 것은 트레이너가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말하지만 속내는 “어린 선수들이 시즌 내내 국외에서 몸도 아프고, 음식도 잘 못 먹는 상태에서 대회에 출전하는데, 어쩔 수 없는 선수의 숙명이라고 하지만 이걸 곁에서 바라보고 있는 게 가장 마음 아프다”고 말할 정도로 선수들을 진심으로 걱정한다.

김씨에게도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통역이다. 국제대회 출전이 다반사인 대표팀이지만 아직 전담 통역이 없다. 김씨는 “나도 영어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 업무 처리할 때 어려움이 많다. 한번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외신 기자가 선수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통역이 없어서 내가 했다. 정말 엉망으로 했는데 기사가 제대로 나갔는지도 모르겠다”며 아찔했던 경험을 떠올린다.

김씨는 현재 태릉선수촌에서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최종 담금질을 하는 선수들을 돕고 있다. 그는 “내 임무는 언제나 선수들 뒤에서 선수들이 운동 잘하게 도와주는 것이니까, 올림픽에서도 선수들이 후회하지 않도록 내 열정을 다 바쳐서 지원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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