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주부에서 요가를 통해 몸과 마음의 평화를 찾은 수리야씨가 옆구리를 강하게 자극하는 비둘기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건강과 삶] 요가로 심신 치유한 수리야씨
호흡을 가다듬는다. 항상 하는 동작이지만 정신을 집중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양손을 깍지 껴 두 팔꿈치로 삼각형을 만든다. 손의 가운데에 머리를 밀착시킨다. 발을 들어 올린다. 서서히 올라가는 발끝에 의식을 놓아둔다. 항상 직립한 몸이, 갑자기 뒤집히는 환경에 당황하는 듯하다. 그러나 곧 평정이 찾아온다. 물구나무서기는 요가 동작의 결정체이다.
몸을 내려 이번에는 코브라로 변한다. 엎드린 상태에서 치골을 바닥에 닿게 하고 양팔과 허리로 몸을 지지한 채 가슴을 열고 위로 높게 들어 올린다. 평소 앞으로 허리를 굽혀 사는 습관 때문에 가슴의 근육은 수축되며 허리의 힘이 빠지고 피의 흐름이 막힌다. 가슴과 턱을 높이자 허리에 힘이 충만해진다.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 고양이로 변해보자. 양손은 어깨너비로 바닥에 댄다. 무릎은 골반너비로 벌린다. 숨을 들이마시면서 허리를 바닥 쪽으로 하고 고개를 들어 뒤로 힘차게 젖힌다. 숨을 내쉬면서 복부를 넣고 등을 둥글게 말아준다. 젊음이 다시 오는 듯하다.
메뚜기로도 변한다. 엎드려 턱을 바닥에 두고 깍지 낀 양손을 치골 쪽에 가져가 깊이 숨을 들이마신다. 양다리에 힘을 주며 높이 들어 올린다. 허리와 엉덩이 근육이 최대한 수축된다.
요가 지도자 수리야의 ‘핫 요가’ [건강과 삶 #13]
애초 시작은 뒤틀린 골반에서 오는 통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아이 둘을 낳고 얻은 ‘훈장’이었다. 누웠다가 일어나기가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현실에 속이 상했다. 동네 아줌마들과 어울려 에어로빅도 하고 헬스도 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우연히 요가를 만났다. 온몸의 관절을 어렵게 꼬는 동작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몸은 그다지 유연하지도 않았다. 천식 기운이 있어 달리기를 하면 항상 꼴찌였다. 그러나 요가를 하면서 몸의 변화를 느꼈다. 고질적인 허리, 골반 통증도 사라졌다. 내친김에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요가의 발상지인 인도의 아슈람(요가 수련원)에도 여러 차례 가서 수련을 했다.
평범한 주부였던 수리야(52·양태란)씨가 요가의 세계에 빠진 것은 12년 전이다. 병원에서는 골반 통증을 없애기 위해 정밀검사를 권유했다. 그러나 요가 수련을 통해 ‘신기’하게도 통증이 사라졌다. 몸을 편하게 해줄 수 있는 매트 하나로도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것 같았다.
“이것이 내가 갈 길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너무 혹사시킨 몸에 미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가의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자세와 호흡을 가다듬고 정신을 집중해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요가였지만 우선 정신 집중이 어려웠다. 굳어진 몸 역시 쉽게 펴지지 않았다.
5천년 전 인도에서 시작된 요가는 ‘참나가 아닌 현상 세계에서 참나인 실체를 찾아내는 노력’이라고 했다. 수리야씨는 처음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아이 둘 낳고 생긴 골반 통증
요가 하면서 말끔히 사라져
모든 욕망 벗어던지고 집중 2년전부터 몰두한 핫요가
심박수 높여줘 유산소 효과
땀으로 노폐물과 독소 빼내
“내가 아닌 또 다른 존재가 마음속에서 주인 행세를 한다고 점차 느끼기 시작했어요.”
“물은 쉬지 않고 바다로 흘러들지만/ 바다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마음속으로 욕망이 끊임없이 흘러들지만/ 동요하지 않는 자는 평안을 얻는다/ 모든 욕망을 벗어던지고/ 아무런 갈등도 없이 행하는 사람/ 나와 내 것이라는 생각조차 버린 자는/ 평안에 이르나니.”
어느 날 요가 경전에서 읽은 경구를 통해 수리야씨는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그리고 용기를 내서 요가 수련원을 차렸다. 전통 요가에 몰두했다. 그동안 많은 제자를 키웠다. 왼쪽 어깨가 탈구돼 손을 제대로 못 쓰던 한 주부는 몇달간의 수련만으로도 고통에서 자유로워졌다.
요가(yoga)라는 말의 기원을 보면 ‘날뛰는 말을 마차에 매달다’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육체와 정신, 신과 인간이 결합해 하나가 되는 길이기도 하다.
수행 방법과 철학에 따라 다양한 요가가 존재한다. 종교적 의식을 통하여 절대자에게 모든 것을 바치는 헌신적인 요가인 ‘박티 요가’, 자연의 힘에 대한 체험적 지식을 수록한 각종 경전을 공부하는 ‘즈나나 요가’, 행위의 미덕과 행동의 법칙을 중심으로 한 행동 규제를 중시하는 ‘카르마 요가’, 욕망 통제에 의한 육신의 해방과 해탈의 길이 가능하다는 ‘탄트라 요가’, 음양 조화에 의한 육체의 고통과 생리적 이상을 해소하며 건강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되찾는 ‘하타 요가’ 등이 있다.
10년간 전통 요가를 추구하던 수리야씨는 2년 전부터 핫요가에 몰두해 있다. 핫요가는 요가의 발상지인 인도의 기온이 섭씨 38도 이상인 점에 착안해 요가 수련 장소를 현지 인도의 기온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덥게 만들었다.
인도 요가 칼리지의 창립자이자, 하타 요가의 마스터로 알려진 비크람이 기존의 핫요가를 1970년대 초반에 발전시켰다. 4살 때 요가를 시작한 비크람은 12살 때 인도 요가 챔피언으로 이름을 날렸다. 마라톤과 역도 선수로 이름을 날린 비크람은 20살 때 역기를 들다가 무릎을 다쳤고, 요가로 무릎 치료에 성공한 뒤 핫요가를 체계화했다고 한다. 수리야씨는 “뜨거운 환경에서 요가를 하면 근육이 잘 이완되기 때문에 몸의 유연성이 크게 높아져요. 그리고 균형과 근력 강화로 부상을 방지할 수 있어요”라고 핫요가를 소개한다. 또 심박수를 높여줘서 굳이 뛰지 않아도 유산소 효과를 내며, 땀으로 노폐물과 독소를 빼주기 때문에 체중 감소와 피부 미용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수리야씨는 ‘쿠룬타’라는 인도 전통 요가 보조기구도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나무로 만든 인형’이라는 별명이 있는 쿠룬타는 마치 나무 사다리를 굽혀 만든 듯한 형상인데 척추를 유연하고 탄력있게 해준다. 척추의 배열을 바로잡아 자신의 몸 상태를 쉽게 알게 해주고 굽은 척추 마디를 자극하여 통증이 있다가도 곧 익숙해지면서 시원한 느낌을 갖게 해준다.
“마음이 흩어지지 않은 상태로 어느 한 점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겨야 합니다. 완전한 자기통제를 해야만 가능한 일이죠.” 수리야씨는 쿠룬타에 누워 하체를 허공에 날려 보낸다. 도(道)를 향한 수련은 어떤 환경 속에서도 가능하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요가 하면서 말끔히 사라져
모든 욕망 벗어던지고 집중 2년전부터 몰두한 핫요가
심박수 높여줘 유산소 효과
땀으로 노폐물과 독소 빼내
요가 수련의 보조기구인 쿠룬타에서 몸의 균형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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