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희(54)
이충희 감독의 동부, 초반 돌풍
4승1패로 모비스와 공동 선두
LG·오리온스 이끌 땐 소통 부재
눈높이 낮춰 ‘자상한 리더’ 변신
“프로에겐 꾸중 아닌 격려가 힘”
4승1패로 모비스와 공동 선두
LG·오리온스 이끌 땐 소통 부재
눈높이 낮춰 ‘자상한 리더’ 변신
“프로에겐 꾸중 아닌 격려가 힘”
‘슛도사’ 감독과 ‘키다리’ 센터의 만남이 내뿜는 시너지 때문인가?
이충희(54·사진) 감독의 프로농구 원주 동부가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초반이지만 24일 현재 지난 시즌 챔프 모비스와 공동선두(4승1패). 2년 전 챔피언에서 지난 시즌 7위로 추락한 동부가 침체된 분위기를 추스르고 힘차게 일어선 형세다. 22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2쿼터 20점 차의 열세를 뒤집고 1점 차 승리를 일구기도 했다. 시즌 전 숨을 죽이며 조심스럽게 부임했던 이충희 감독의 표정에서는 여유와 자신감이 넘친다. “동부는 전력과 경험에서 항상 우승후보다. 시즌 전 선수들이 위축돼 있었는데 격려를 해주며 호흡을 맞추고 있다.”
선수시절 슈퍼스타였던 이충희 감독은 지도자 생활이 순탄치 않았다.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엘지(LG)를 맡았으나 우승은 하지 못했다. 2007년에는 오리온스를 맡았으나 성적 부진으로 시즌 시작 2개월 만에 경질되는 아픔을 겪었다. 중간에 고려대와 동국대 감독을 잠시 맡았지만 역시 기대에 못 미쳤다. 주변에서는 스타 출신 감독이 흔히 갖고 있는 결점 탓이라고 말했다.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선수들과 소통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돌아온 이 감독은 달라졌다. 과거엔 “나는 되는데, 너는 왜 안 돼” 식으로 윽박질렀다면 지금은 부드럽게 선수들에게 다가선다. 5년간의 공백기 동안 농구 해설 등으로 주변을 맴돌다 기회를 잡은 만큼 자신의 역량을 다 쏟아붓고 있다. 연습장에서는 엄한 감독이지만 코트에서는 자상한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지휘한다.
“경기중 야단을 맞고 꾸중을 들어야 잘하는 선수는 프로가 아니다. 감독이 소리를 질러 봐야 분위기만 나빠지지 상황은 좋아지지 않는다. 선수들의 기량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격려해줘야 한다.”
팀 분위기도 좋다. 김주성(205㎝)과 이승준(204㎝)에 이어 이번 시즌에 합류한 허버트 힐(202㎝)의 삼각 센터는 ‘동부 산성’으로 불리는데, 토종 센터의 자존심 김주성은 득점 욕심을 버리고, 도움주기와 수비 등에서 헌신하며 팀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강동희 감독의 갑작스러운 하차로 자칫 흔들릴 뻔한 팀은 이 감독의 부임 뒤 중심을 잡았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드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이 감독은 “다른 팀들도 좋은 외국인 선수들을 확보해 걱정은 된다. 그러나 시즌 초반 이런 분위기라면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충희 감독은 열정적인 원주 시민의 동부에 대한 응원도 큰 힘이 된다고 한다. 구단은 전용구장과 함께 숙소를 올해 새로이 마련했다. 시즌 목표는 최소한 4강이다. “세명의 센터가 아직은 손발이 척척 맞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수준의 선수를 갖고 있으면 4강에 올라야 한다.”
선수 시절 혼자 60득점을 한 걸출한 슛쟁이였던 이 감독은 프로 감독으로서는 두번의 실패를 했다. 어쩌면 마지막일 수 있는 이번 기회는 너무 소중하다. 스타 감독으로 거듭날 뿐 아니라 명예회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사진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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