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200~300㎞ 속도를 내는 슈퍼바이크에 올라타 번개 같은 스피드를 즐기는 윤병천 회장은 일흔을 넘긴 나이지만 젊음이 부럽지 않다고 한다.
[건강과 삶] ‘슈퍼 바이크’ 마니아 윤병천 회장
기계음이라기보다는 거친 황야에서 마음껏 뛰놀다가 붙잡힌 사나운 짐승의 울부짖음이다.
“으르렁, 으르렁.”
핸들을 잡아당길 때마다 탄탄한 두 바퀴를 아스팔트 바닥에 디딘 날렵한 금속의 조립체는 전방을 향한 질주 본능을 숨기지 못하고 울부짖는다. 숨이 멎는 긴장감이 공간을 지배한다. 끊어질 것 같은 팽팽함이 천지를 뒤흔드는 세찬 모터의 시동 소리 속에 생생하게 살아 있다.
자세히 들으니 그냥 마구 ‘으르렁’대는 것이 아니다. 아주 독특한 맥박의 음색이다. 거칠긴 하지만 그 안에 강한 리듬이 있다. 듣는 이의 심장 박동수를 한껏 끌어올린다.
마침내 ‘부앙~’ 하며 이탈리아 슈퍼바이크 MV 아구스타는 자신의 주인 윤병천(72) ㈜뉴라이트전자 회장을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지게 만든다. 눈 깜박하는 사이에 슈퍼바이크는 멀어져 가며 검은 점으로 변했다.
잠시 뒤 아주 멀리서부터, 이제는 다소 친숙해진 기계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밀려오는 강한 파동과 함께 조그만 검은 점은 순식간에 눈앞에 주인을 태우고 형체를 드러낸다.
헬멧의 투명한 실드(앞유리)를 올리자, 윤 회장의 건강한 얼굴이 환하게 빛난다. 한껏 허리를 굽힌 몸의 균형을 잡아주던 양쪽 팔뚝엔 힘줄과 핏줄이 경쟁하듯 불끈불끈 솟는다.
그는 그냥 모터사이클 동호인이 아니다. 여유있게 높은 핸들을 양손으로 잡고 허리를 곧게 펴고 주변을 살피며 달리는 그런 스피드족이 아니다. 시속 200㎞가 넘는, 마치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인 포뮬러 원(F1)에 나오는 자동차와 같은 소리를 내며 내달리는 ‘슈퍼바이크’의 주인공이다.
[영상] 윤병천 회장의 슈퍼바이크 <한겨레TV>
모험심 강한 젊은이들처럼 슈퍼바이크에 온몸을 바짝 붙이고, 때로는 시속 300㎞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스피드에 몸을 실어 버리는, 거의 유일한 70대 연령의 스피드 마니아다.
“이런 나이에 슈퍼바이크를 타는 이들은 없어요. 함께 타는 이들이 최소한 10살 이상 어리니까요.” 윤 회장은 자신의 나이보다 최소한 20~30살 이상은 젊게 사는 것 같다.
“왜 그런 스피드를 즐기시나요?”라는 질문에 윤 회장은 아주 간단히 대답한다. “그냥 달립니다. 무아의 경지에서 달리는 희열을 느끼는 거죠.”
시속 200~300㎞로 달리는 슈퍼바이크 안장에서는 어떤 느낌이 들까?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아마도 자동차보다 강한 속도감의 매력에 빠져요.” “좀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도로 양옆의 가드레일이 평행선이 아니라 바로 눈앞에서 붙어 있어요. 그래서 시선을 멀리 두지 않고 잃어버리는 순간 사고가 납니다. 시선이 먼저 가고 바이크가 따라가야 합니다.”
30대부터 탄 40년 경력 베테랑
매일 새벽 5시 일어나 2시간 운동
삶과 죽음 경계선 오가는 속도
체력·정신 에너지 소비 엄청나
“젊은이들과 놀다보니 늙지 않아
달리다 보면 무아의 경지서 희열” 윤 회장은 30대 초반부터 오토바이를 탔다고 한다. 그러니 40여년 경력이다. 처음에는 일본의 중고 오토바이를 몰았다. 한두번 오토바이 핸들이 부서질 정도로 넘어지기도 했지만, 갑옷같이 단단한 보호 장구가 장착된 옷 덕분에 별로 다치지 않았다고 한다. 속도를 안전하게 즐기려면 교통 규칙을 준수해야 하고, 탄탄한 기본기도 갖춰야 한다. 윤 회장은 새벽 5시면 일어나 2~3시간을 운동한다. 기구를 이용한 근력 강화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함께 한다. 윤 회장은 이런 체력 훈련을 ‘매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슈퍼바이크를 잘 타기 위해서다. 하루에 길게는 600㎞를 달리는 로드 투어링을 위해서는 체력이 받쳐줘야 한다. 순간순간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전속력으로 달리기에 정신 집중을 위해 쓰이는 에너지도 엄청나다. 그렇기에 체력이 약하면 슈퍼바이크는 그림의 떡이다. 윤 회장의 ‘애마’는 이탈리아의 명품 슈퍼바이크인 MV 아구스타의 ‘F4CC’이다. 카본과 티타늄으로 제작돼 무게가 187㎏에 불과하다. 아구스타는 1946년부터 1976년까지 3000회 레이스 참가에 63번 챔피언 타이틀을 따낸 ‘명기’이다. 특히 F4CC는 전세계를 통틀어 100대만 수제작으로 만든 한정모델인데, 윤 회장은 그 100대 중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36번째를 소유하고 있다. 최고 속도가 시속 312㎞라는 이유로 F4 312를 이름표로 단 적도 있는 이 슈퍼바이크는 F1 머신에 뒤지지 않는 엄청난 기계음(메커니컬 노이즈)과 날카로운 엔진음이 큰 매력이다.
이 슈퍼바이크에 올라타면 “마치 얼음판에 옥구슬을 던지는 듯한 날렵함과 상쾌함을 느낀다”는 윤 회장은 “기계 위에서 조작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나이는 크게 문제가 안 된다”고 말한다.
윤 회장은 순간시속 200㎞를 초과하지 않는다. 그보다 더 빨리 달리는 젊은이들에게는 추월을 허용하는 관대함을 보여준다. 자주 다니는 코스는 강원도 코스. 교통량이 많지 않고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굴곡이 있는 도로가 많기에 서너명의 동호인들과 스피드를 즐긴다. 배우 김상중과 전 문화부 장관인 유인촌씨가 윤 회장의 슈퍼바이크 절친이다.
충남 서산이 고향인 윤 회장은 전형적인 자수성가 기업인이다. 18살에 상경해서 서울에서 유학하고 있던 형의 자취방에서 살다가 ‘운 좋게’ 이웃에 사는 조명연구학 박사를 만나 그의 연구소에 조수로 들어가 현대조명의 제작 기술을 배웠다. 나름대로 노하우를 축적한 윤 회장은 독립해서 조명의 전반적인 기획과 조명 설계를 하는 건축 및 인테리어 조명설계 전문회사를 일궈냈다. 이화여대 박물관 조명을 시공했고, 최근엔 국립현대미술관 조명도 맡았다. 국내 많은 유명 건축물의 조명 디자인은 윤 회장의 손을 거쳤다. 자신의 취미를 살려 몇년 전엔 이탈리아 모터사이클과 영국 스포츠카 로터스를 수입해 판매하는 유통회사도 설립해 이 두 회사를 두 아들에게 넘겨줬다.
“젊은이들과 어울리다 보면 사고방식도 늙지 않아요.” 윤 회장은 “아직은 젊은이들의 나이를 부러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체력과 정신력 면에서 뒤지지 않는 젊은 자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바이크에 시동을 걸면서 느끼는 기분 좋은 기계의 진동, 달리면서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향기로운 바람, 그리고 바뀌는 계절이 선물하는 색다른 풍경을 즐기며 윤 회장은 “시간의 흐름을 역행하며 산다”고 한다. 현대판 도시의 신선인 셈이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매일 새벽 5시 일어나 2시간 운동
삶과 죽음 경계선 오가는 속도
체력·정신 에너지 소비 엄청나
“젊은이들과 놀다보니 늙지 않아
달리다 보면 무아의 경지서 희열” 윤 회장은 30대 초반부터 오토바이를 탔다고 한다. 그러니 40여년 경력이다. 처음에는 일본의 중고 오토바이를 몰았다. 한두번 오토바이 핸들이 부서질 정도로 넘어지기도 했지만, 갑옷같이 단단한 보호 장구가 장착된 옷 덕분에 별로 다치지 않았다고 한다. 속도를 안전하게 즐기려면 교통 규칙을 준수해야 하고, 탄탄한 기본기도 갖춰야 한다. 윤 회장은 새벽 5시면 일어나 2~3시간을 운동한다. 기구를 이용한 근력 강화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함께 한다. 윤 회장은 이런 체력 훈련을 ‘매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슈퍼바이크를 잘 타기 위해서다. 하루에 길게는 600㎞를 달리는 로드 투어링을 위해서는 체력이 받쳐줘야 한다. 순간순간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전속력으로 달리기에 정신 집중을 위해 쓰이는 에너지도 엄청나다. 그렇기에 체력이 약하면 슈퍼바이크는 그림의 떡이다. 윤 회장의 ‘애마’는 이탈리아의 명품 슈퍼바이크인 MV 아구스타의 ‘F4CC’이다. 카본과 티타늄으로 제작돼 무게가 187㎏에 불과하다. 아구스타는 1946년부터 1976년까지 3000회 레이스 참가에 63번 챔피언 타이틀을 따낸 ‘명기’이다. 특히 F4CC는 전세계를 통틀어 100대만 수제작으로 만든 한정모델인데, 윤 회장은 그 100대 중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36번째를 소유하고 있다. 최고 속도가 시속 312㎞라는 이유로 F4 312를 이름표로 단 적도 있는 이 슈퍼바이크는 F1 머신에 뒤지지 않는 엄청난 기계음(메커니컬 노이즈)과 날카로운 엔진음이 큰 매력이다.
‘슈퍼 바이크’ 마니아 윤병천(72)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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