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라가 16일 서울 올림픽공원 코트에서 열린 케이디비(KDB) 코리아오픈 여자단식 본선 1라운드에서 날아오는 공을 힘차게 받아치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코리아오픈 본선 2회전 진출
한국선수 10년만에 WTA 첫승
한국선수 10년만에 WTA 첫승
“와!~ 10년 만에 본선 1승이네. (이)예라, 정말 잘했어.”
16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케이디비(KDB) 코리아오픈(총상금 50만달러) 본선 1라운드(여자단식). 한국에서 유일하게 열리는 여자프로테니스(WTA) 정규투어에서 한국 여자 간판 이예라(26·NH농협)가 세계랭킹 140위 다리야 가브릴로바(19·러시아)를 2-0(6:4/6:1)으로 가볍게 완파하고 2회전에 진출하자, 국내 테니스 관계자들은 경사가 난 분위기였다.
한국 여자테니스가 최근 세계랭킹 300위 안에 드는 선수가 한명도 없는 등 침체기에 빠져 있는 가운데, 코리아오픈이 시작된 지 꼬박 10년 만에 자력으로 본선 2회전에 진출한 선수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날 상대는 지난해 세계 주니어랭킹 1위까지 오른 러시아의 샛별이다. 여자프로테니스 투어에서 한국 선수가 여자단식 2회전 이상에 오른 것은 조윤정(현 삼성증권 여자코치)이 2006년 1월 호주 캔버라 인터내셔널에서 준우승한 이후 7년8개월 만이기도 하다.
올 시즌 국내 오픈대회 여자단식 6관왕에 오른 이예라는 이미 21살이던 2008년 각종 투어를 뛰며 세계랭킹 178위까지 올랐던 기대주였다. 세계랭킹 450위인 탓에 와일드카드를 받고, 세계랭킹 4위 아그니에슈카 라드반스카(24·폴란드) 등 강호들이 출전한 이번 대회 1회전에 나선 이예라는 이날 출발이 좋지 않았다. 심적 부담감 때문인지 1세트 초반 0-3으로 뒤졌다. 그러나 이후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4-3으로 뒤집은 뒤 6-4로 세트를 따냈다. 힘을 얻은 이예라는 2세트 들어서도 상대 베이스라인까지 공이 길게 파고드는 스트로크로 상대를 공략하며 6-1로 승리했다.
박용국 농협 감독은 “그동안 우리 선수들이 주요 투어 대회에 나가면 자기 실력의 50%도 발휘하지 못했는데 예라가 오늘 참 잘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예라도 경기 뒤 “초반에 긴장감 때문에 고전했는데 ‘국내 오픈대회다’ 생각하고 차분하게 했더니 경기가 잘 풀렸다”고 승인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톱 플레이어 빼고 한국 선수와 외국 선수들은 공 하나 차이다. 그걸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오늘도 초반에 긴장했는데, 그런 것만 없으면 한국 선수들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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